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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애플 vs.FBI 논쟁의 교훈, 인터넷 세상의 열쇠를 만들자

김학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3.31 15:50

수정 2016.03.31 15:50

인터넷이나 모바일 서비스 이용자의 사생활 보호와 국가 안보를 위한 수사 협조 사이에서 어떤 것이 더 중요한 가치인지를 따지는 논쟁은 참 오래 지속됐지만 여전히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어려운 숙제다.

최근 미 연방수사국(FBI)과 애플간의 논란을 지켜보면서 그동안 미뤄뒀던 숙제를 더이상 미뤄둬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기술이라는 것은 영원히 완벽할 수 없다. 애플이 아이폰에 아무리 강력한 정보 잠금기술을 채용해도 그 기술은 또 다른 기술에 의해 풀릴 수 밖에 없다. 논쟁이 시작된지 한달여만에 아이폰의 보안기술은 해외 보안업체에 의해 무력화됐다.

디지털 세상에서 수사기관으로서는 휴대폰이나 인터넷 사용에 대한 수사가 지원되지 않으면 아예 수사를 진행하기 어려운게 사실이다.
그러니 수사기관은 애플의 도움 없이 수사를 진행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아이폰 사용자들은 사생활 노출에 대한 걱정을 안게 됐다.

한가지 가정해 보자. 애플이 FBI의 요구를 무작정 거절하지 않고, 아이폰 잠금을 해재할 수 있는 경우와 절차를 정하자고 제안했다면 어찌 됐을까?
아이폰 사용자들의 의견을 모아 사회적 논의가 진행됐을지 모른다. 아이폰 잠금기술이 강제로 무장해제 당하지 않고 스스로 잠금을 해제하는 사회적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을까?
국내에서도 마찬가지 논란이 수년째 진행중이다.

인터넷 업계와 게임업계 주요 업체들은 이용자의 이름, 주소, 주민번호 등 인적사항을 확인할 수 있는 통신자료 제공 협조 여부를 놓고 영장없는 수사당국의 협조 요청을 거부하고 있다.

인터넷 업계가 수사기관에 사용자들의 통신정보를 제공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 언제라도 사용자들이 서비스를 외면할 것이라는 명분 때문에 수사 협조 요구에 소극적이다.

국내 수시기관이라고 강제로 인터넷을 수사하는 방법을 찾지 말라는 보장이 있을까?

모든 자물쇠에는 열쇠가 있다. 자물쇠에 맞는 모양을 갖춘 열쇠는 합법적으로 자물쇠를 열 수 있어야 한다. 맞지 않는 열쇠로 자물쇠를 강제로 열려는 시도가 발생하면 이 행위는 처벌해야 한다
인터넷이나 모바일 사생활 보호와 수사협조도 이런 차원에서 사회적 논의가 이뤄졌으면 한다.

사생활 보호가 더 중요한 가치인지, 국가 안보를 위한 수사가 더 중요한 가치인지 따질 수 없다. 어느것도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다.

그렇다면 어떤 순간에 인터넷과 모바일의 사생활을 초기해야 하는지 열쇠의 모양을 만들어야 한다.

맞는 모양의 열쇠에는 잠금장치는 열려야 한다.

단 열쇠는 남발해서는 안된다.
사생활도 중요하니까. 그런면에서 테러방지법이 정한 열쇠는 너무 많고 여러가지 모양을 띄고 있다. 열쇠를 그렇게 남발하느니 자물쇠를 걸어두지 않는 편이 더 낫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지금부터라도 다시 인터넷, 모바일 세상 자물쇠의 열쇠 만들기 논의를 시작하자. 자물쇠도 보호하고 열쇠의 기능도 살릴 수 있도록 사회적 지혜를 모아야 한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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