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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 이사람] 이정임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서울남부센터 치유과장

김성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3.31 20:18

수정 2016.03.31 20:18

"도박 치료, 가족 모두 참여해야 효과"
[fn 이사람] 이정임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서울남부센터 치유과장

207만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한국의 20대 이상 성인 가운데 도박중독을 경험한 것으로 추정하는 인구다. 총 인구의 4%가량으로, 한국 사회가 도박 문제의 심각한 위협에 노출돼 있음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는 도박중독 등 도박으로 인한 문제에 국가적으로 대처할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지난 2013년 개원했다. 서울 2곳을 포함해 전국 11개 센터가 다방면 상담치료와 예방활동을 벌여 도박 문제가 없는 건강한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서울남부센터에서 만난 이정임 치유과장(35.사진)은 9년째 도박중독자들의 치유와 재활을 일선에서 담당하고 있다. 하루에도 수차례 이어지는 상담일정 가운데 잠시 짬을 내 만난 그는 "사회가 건강해야 가정이 건강하고, 가정이 건강해야 개인이 건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건강하지 못한 사회가 구성원을 건전하지 못한 삶으로 내몰고, 그로부터 벗어나기도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 과장은 "중독자들은 부모 등 가족의 손에 이끌려 센터를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며 "보통 중독치료를 내담자 개인에 대해서만 하는 것으로 오해하는데 사실은 가족 등 영향을 주고받는 사람이 모두 상담을 받고 변화해야 치료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억에 남는 사례를 묻자 그는 2년 전 상담했던 대학생 이야기를 꺼냈다. 이 과장은 "처음 어머니 손에 이끌려 죄인 같은 심정으로 센터에 왔는데 본인뿐 아니라 어머니도 함께 가족교육에 참여해 성과를 본 경우"라며 "이전까지는 어머니가 빚을 갚아주면 다시는 도박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는데 교육을 통해 본인이 한 행동의 결과에 직접 책임지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배워 단호하게 대처하면서 아들까지 변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어머니나 부인, 형제 등 가족들이 더는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걸 중독자 개인이 깨달을 때 비로소 치료가 시작된다"며 "중독자뿐 아니라 가족에 대해서까지 치료적 개입을 하는 기관으로서 우리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루 종일 도박중독자를 상담하는 그에게 힘든 부분은 무엇일까. 업무상 고충을 묻자 잠시 주저하던 이 과장은 중독 상황이 재발될 때 좌절감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사람이 변화해야겠다고 생각하지만 하루에도 열두 번씩 마음이 바뀌지 않느냐"며 "이분들(중독자들)도 마찬가지"라고 털어놨다. 그는 "처음에는 열심히 참여하겠다고 하는데 중간에 연락이 끊기거나 재발하면 이제까지 한 게 물거품이 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가졌다"면서 "상담사 입장에서 가족들이 경험하는 박탈감을 간접적으로나마 겪기도 하는데 이제는 자주 겪다보니 그것도 치료의 한 과정이구나 하고 배우게 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수많은 상담을 통해 스스로 삶에서도 작은 변화의 소중함과 희망을 발견하는 법을 알아가게 됐다는 이 과장은 "상담 과정에서 중도에 탈락하는 사람이 많다보니 이번이 마지막일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으로 상담하게 되는 경우도 잦다"며 "제한된 만남 속에서 상대방에게 더 도움이 될 수 있는 상담자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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