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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AI'와의 동행

조용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4.01 17:44

수정 2016.04.01 18:00

[여의도에서] 'AI'와의 동행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세기의 바둑대결에서 알파고가 최종 승리하면서 인공지능(AI)과 로봇이 인간의 업무를 어느 정도까지 대체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알파고의 경이적인 바둑 실력은 미리 습득한 16만건의 기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파이낸셜뉴스와 이준환 서울대 교수 연구팀이 공동으로 개발한 로봇기자 '아이엠에프엔봇'의 경우 주식시장 마감시간이 되면 한국거래소 자료를 토대로 0.3초 만에 증시 관련 1개의 기사를 뚝딱 써낸다. 최초의 설치비용만 들이면 로봇 기자가 알아서 작업을 하고 운용비용은 거의 없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주요 직업 400여개를 대상으로 AI와 로봇 기술을 활용한 자동화로 대체될 확률이 큰 직업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오는 2020년부터 AI와 인간의 협업시대가 펼쳐지면서 사람 중심의 직업지도가 전면적으로 바뀐다고 한다. 조사 결과 단순 반복적이거나 정교함이 떨어지는 콘크리트공이나 청원경찰, 청소원과 같은 현장 직무는 AI와 로봇으로 대부분 대체될 것으로 전망됐다.
손해사정인, 선장.항해사.도선사,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사, 관제사, 버스 운전사, 조세행정사무원, 경리사무원, 주유원, 수금원, 청소원, 철근공, 주차관리원 및 안내원 같은 직업도 대체 확률이 높아 쇠퇴의 길을 걸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비해 감성과 창조성을 중시하고 설득과 협상을 하며 인간의 감성을 표현하거나 읽어야 하는 조각가, 화가, 사진작가, 애니메이터, 대학교수, 배우, 판.검사, 조리사, 유치원 교사, 한의사, 전문의, 항공기 조종사, 패션디자이너, 국악 및 전통 예능인, 출판물 기획전문가, 한복제조원 등과 같은 직업은 대체될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국고용정보원은 막연히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고 불안해할 필요는 없지만 AI와 로봇을 중심으로 한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려면 교육 패러다임을 창의성, 감성, 사회적 협력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것을 권고했다.

이 9단과 알파고의 대결 이후 이제는 인간이 자신들의 언어를 AI에 가르치려 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개발한 AI 채팅로봇 '테이'는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자와의 대화를 통해 학습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MS가 테이를 데뷔시킨 지 16시간 만에 서비스를 중단했다. 일부 누리꾼이 테이를 '타락'시켰기 때문이다. 백인 우월주의자, 여성과 이슬람 혐오주의자들이 테이에게 대화를 신청한 뒤 욕설과 막말을 퍼붓고 이를 따라하도록 명령했다. 뛰어난 학습능력을 가진 테이는 추잡한 말을 듣고 더 독하고 창의적으로 '지옥 불' 운운하며 더는 들어줄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결국 MS는 테이의 부적절한 언행에 공식적으로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AI가 채팅을 위해 습득하는 빅데이터 자체가 오염돼 있다면 향후 AI의 미래는 밝지 않다는 교훈을 인간에게 제공한 것이다.
인간과 AI의 동행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대세가 됐다. 앞으로는 인류가 어떻게 AI를 제어하면서 행복한 사회시스템을 갖출 것인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아울러 우리도 AI와 관련된 기술을 제어하는 국제기준을 마련하는 대화의 장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도록 서둘러 준비를 해야만 한다.

yccho@fnnews.com 조용철 문화스포츠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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