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 청년세대 물음에 기성세대가 답할 때

김관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4.03 17:32

수정 2016.04.03 17:32

[데스크 칼럼] 청년세대 물음에 기성세대가 답할 때

"일본은 이제 청년실업이 중년실업으로 확대됐습니다. 청년실업이 20년 넘게 고착화되면서 청년들이 제대로 된 일자리를 잡지 못한 채 중년이 되어버린 것이죠. 한참 열심히 일하고 쓰고 해야 할 나이대들이 돈에 허덕이니 일본 내수가 어떻겠어요. 우리나라도 청년실업 쉽게 생각하면 안됩니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은 바로 청년실업에서 시작됐거든요."

국내 인테리어 전문회사의 일본 지사장으로 10년 넘게 근무하고 있는 한 지인이 요즘 전하는 일본 모습이다. 그가 부임할 당시인 10년 전에도 일본에서는 청년실업이 심각했지만 이제는 중년실업으로 이어지면서 경제 자체가 아예 역동성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그는 "일본 경제를 들여다보면 기력이 쇠해 스러져가는 노인의 뒷모습 같다"는 말까지 했다.

그는 말을 이어갔다.
"몇 년 전 아베 총리가 처음 취임해 내수회복을 위해 모든 국민에게 수백만원씩 쿠폰을 지급하는 파격적인 정책을 썼지만 실패한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정부가 아무리 돈을 풀고 소비를 유도해도 국민들은 쿠폰을 모두 생필품 사는 데 쓰더라고요."

실제로 일본에서는 아무리 좋은 신제품이 나와도 불과 한두 달만 지나면 '땡처리' 제품으로 전락한다고 한다. 왕성한 소비활동을 벌여야 할 젊은층이 생필품을 사기도 힘든 여건에서 제 가격을 다 주고 신제품을 산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일본이 과거 전자왕국으로 군림하던 1980~1990년대에 부를 축적해 여유가 있는 노인층은 나이가 들어 굳이 신제품에 민감하지 않은 데다 국내에서 돈을 잘 쓰지 않는다고 했다. 결국 신제품을 사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신제품이 나와도 조금만 참으면 할인에 할인을 하니 사람들이 백화점 대신 아웃렛이나 할인점에만 몰린다고 한다.

합리적 가격의 의류제품 대명사인 '유니클로', 100엔으로 무엇이든 다 살 수 있다는 '100엔숍', 우리나라 돈 3000원 정도면 한 끼 식사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다는 일본식 쇠고기덮밥 '규동'…. 우리가 많이 들어본 브랜드들 모두 이 같은 일본식 불황의 산물이다.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일본에서 묻지마 범죄가 많이 생기기 시작한 것도 바로 청년실업이 서서히 심화되던 시기였다"는 것이다. 실제 일본에서는 2000년대 초부터 이 같은 묻지마 범죄가 심심찮게 뉴스를 타곤 했다. 묻지마 범죄는 피해자가 피의자와 아무런 상관관계도 없는 상태에서 불특정 대상을 상대로 행하는 범죄로 사회생활에서 좌절하거나 사회에 적개심을 가진 이들이 '될대로 되라'는 심정에서 저지르는 자포자기형 범죄라는 점에서 실업과도 상당히 많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들어 이 같은 묻지마 범죄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은 지난달 19일 우리나라 청년실업률(15~29세)이 2월 기준 12.5%를 기록해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발표를 했다.
이는 전체 실업률(4.9%)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그러나 일자리를 구하지 않는, 취업을 아예 포기한 사람은 통계청 통계에서 제외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청년실업률은 이보다 훨씬 높다고 봐야 한다.


"3포세대, 5포세대…. 이제 우리 세대를 N포세대(연예, 결혼, 출산, 인간관계, 내집마련, 꿈, 희망 등을 모두 포기한 세대)로 표현하더라고요. 우리가 포기한 게 뭐가 있죠. 우리가 포기한 게 아니라, 사회가 우리를 포기한 게 아닌가요?" 이제 우리 기성세대가 내 자녀, 내 동생의 물음에 답할 때다.

kwkim@fnnews.com 김관웅 건설부동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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