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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정치인과 봉사정신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4.04 17:09

수정 2016.04.04 17:09

[fn논단] 정치인과 봉사정신

요즘 선거철이다. 여기저기서 확성기 소리가 요란하다. 각 당의 출마자들이 다투어 선거 유세하기에 바쁘다. 요지는 자기만 뽑아준다면 대한민국을 확 바꿔버리겠다는 거다. 썩은 정치를 도려내고 새 정치를 구현하겠단다. 또는 온갖 공약을 남발하면서까지 제대로 국민을 한번 모셔보겠단다.
목들이 쉬어서 말도 제대로 안 나오지만 자기만 뽑아준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장밋빛 미래가 될 것이라고들 말한다. 그렇지만 정치인의 그런 오랜 절규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현실은 그리 크게 바뀐 것 같지가 않다. 여전히 정치는 갈등 일변도이고 도처에서 취업난 때문에 난리다. 계층 간, 세대 간 불화는 점점 더 극에 달하고 있다.

선거가 끝나면 어떠한가. 지하철 입구에서, 번화가 사거리에서, 골목 구석구석에서 목놓아 공약을 외치던 그 '선량한' 후보들은 눈 씻고 보려고 해도 도무지 찾아볼 수가 없다. 오직 국민을 위해서, 나라를 위해서 이 한 몸 다 바치겠다는 그 국민의 종복들은 다 어디에 갔을까. 우리는 그들을 가끔씩 TV에서 보게 된다. TV 안에서 그들은 국민을 위한다는 이름으로 서로 다투고 몸싸움하고 삿대질을 하곤 한다. 그런데 그들이 정말로 국민을 위한다면 무엇보다도 국민 옆으로 와 국민의 말에 더 많이 귀를 기울여야 할 게 아닌가.

물론 그들은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우리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그렇게도 노력하고 있건만 이 나라 국민들은 도대체가 불신뿐이어서 우리들의 그처럼 헌신적인 희생에 대해서는 별로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고. 그러니까 국민들이 자신들의 공에 대해서 그들의 그 정치에 대한 불신 때문에 잘 보려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사실 국민들 중에는 이처럼 정치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정치인들이 '국민에 대한 봉사'보다는 공천이나 계파이익에 더 몰두하거나 나아가 각종 특권과 특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극과 극을 달리는 대립 중에서 누구의 말이 진실인 걸까. 정말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는 국회의원들도 상당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국민 일반의 이 같은 부정적인 말들이 결코 잘못되었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왜냐 하면 정치인들 중에는 이처럼 각종 특권과 특혜 시비에 휘말리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철피아' 비리사건이나 국회대책비의 개인용도화 사건 등을 비롯해 세간의 의혹을 산 많은 사건들은 그 비근한 사례라 할 것이다.

며칠 전 한 방송에서 방영한 스웨덴 정치의 현실은 그들이 우리와 참 많이도 다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대학총장, 왕실 교육책임자, 장관, 국회의장을 역임한 베테랑 정치인 시도우 의원(70세·5선)은 양복에 운동화를 싣고 가방을 둘러메고 출근한다. 버스를 타고 다니며 커피숍에서도 줄을 서서 기다린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정치인은 가난한 사람에게 더 많이 봉사해야 합니다. 아주 적게 수당을 받고 일하는 것이 윤리적이고 정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방송에 나온 다른 의원들도 검소하게 일하고 헌신적으로 봉사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많은 법안을 만들고 있습니다. 지역주민, 일자리 현장, 시위현장도 찾아가고 메일, 언론을 통해 여러 가지 제안을 많이 받습니다.
" 정치가 특권이 아니라 봉사라는 사실을 무엇보다도 유권자들이 먼저 알아야 할 것 같다.

김진기 건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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