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구의 소비자경제]

선거와 소비자경제학

정치와 선거는 소비자경제학과 관계가 있을까? 별 관계가 없을 듯하지만, 실은 정치도 소비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서비스의 하나다. 다만 시장에서 구입하는 서비스들은 소비자가 각자의 구매력만큼 원하는 서비스를 구매하고 자신의 구매력을 넘어서는 서비스는 살 수 없는 데 비해 정치의 경우는 각자 따로 선택할 수 없으므로 어떤 소비자는 싫어하는 후보자가 당선돼 자신이 원하는 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되지만, 누구든 1인 1표를 갖고 있어 능력(구매력)이 없어 못 사는 일은 없다.

국회의원이나 대통령과 같이 국민(소비자)이 각자 자신이 원하는 사람을 따로 뽑지 못하고 집단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학문적으로는 이런 집단선택을 공공선택이라고 한다) 가장 많은 소비자가 원하는 사람이 선택될 수 있게 한 것이 자유민주주의 선거제도라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선거제도의 약점 때문에 때로 상당수 소비자는 자기가 원하지 않는 대통령 혹은 국회의원으로부터 정치 서비스를 받게 된다.

정당은 이런 선거와 같은 집단선택에서 게임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유사한 선호를 가진 소비자들이 구매력을 공동으로 행사하기 위해 만든 장치라고도 볼 수 있고, 또 후보자를 공천하는 과정을 통해 정보를 제공하고 진실성을 보증함으로써 소비자의 선택비용을 줄여주고 신뢰를 제고하는 역할도 한다.

양당제가 발전한 것도 소선거구제(각 선거단위에서 한 사람을 뽑는 제도)에서 유권자(정치 소비자)로부터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 후보가 선택되도록 하려는 것과 관련된다. 만일 양당제가 아니라면 A, B, C가 경쟁해 35% 정도의 지지를 받는 A 후보가 선택될 수도 있다. 예컨대 B, C가 유사해 지지층이 겹친다고 할 때 A, B 혹은 A, C의 후보가 경쟁했다면 B 또는 C가 당선되었을 상황에서 A가 최다의 지지를 받아 당선된 것인데, 실은 65%의 유권자가 원하지 않는 결과인 셈이다. 그래서 다당제가 발전한 나라에서는 결선 투표제를 도입하는 경우도 있지만 다수 후보가 난립한 경우에는 결선투표도 문제점을 완벽하게 해결하지는 못한다.

요즘 야권의 분열 문제는 오래된 선거제도의 문제를 새삼스럽게 부각시킨다. 어떤 사람들은 선거에서 정당 간 혹은 후보자 간 연대를 야합으로 비난하기도 하지만 유권자의 선택 왜곡을 막는 방법일 수도 있다. 또 얼마 전 집권당의 공천 과정에서는 상향식 공천에 관한 이견으로 비박, 친박, 진박의 논란과 당대표와 공천관리기구 사이 버티기가 화제의 중심이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문제인, 선거에서 유권자(정치 소비자)의 선택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고 정당의 실패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국가 경제의 발전에서 공정한 경쟁을 통한 다양한 상품 메뉴의 제공과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이 중요한 것처럼 정치가 발전하는 데도 유권자들이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올바른 메뉴(후보자)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당이 그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정치 소비자인 유권자들이 직접 나서서 국민적 논의를 해야 할 시점이다.

yisg@fnnews.com 이성구 fn소비자경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