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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관세행정 ODA '일석이조'

김원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4.10 16:44

수정 2016.04.10 16:44

[차관칼럼] 관세행정 ODA '일석이조'

지난 1969년 우리나라가 국제사회로부터 지원받은 금액은 800억원 규모였다. 정부 예산이 3000억원에 불과하던 시절이니 국제사회의 공적개발원조(ODA)가 국가 운영에 얼마나 큰 역할을 했는지는 불문가지(不問可知)다.

40여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국제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전환된 세계 유일의 국가가 됐다. 우리와 함께 국제원조를 받던 국가 대부분이 낙후된 경제 등으로 여전히 지구촌의 도움이 필요한 것과 대조적이다.

우리나라가 개도국에 유.무상으로 지원한 금액은 2014년 기준으로 18억6000만달러다. 정부와 시민사회단체, 기업 등 대학 등이 참여해 기자재 지원과 건물 신축, 전문가 파견, 연수생 초청 등 다양한 활동을 펴고 있다.


관세청의 역할도 한몫하고 있다. 관세청이 수행하는 ODA사업은 연간 50건 내외다.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초청연수에는 지난해까지 3000여명의 개도국 세관 직원이 참가했다. 이들은 수출입에 필요한 통관절차와 밀수단속 기법, 자유무역협정(FTA) 집행절차, 성실무역업체(AEO)제도 운영 등 다양한 업무를 자국 입장에 맞춰 교육을 받는다. 지난해 초청연수 참가자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9.35점. 그만큼 한국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고 자국으로 돌아갔다는 증거다. 최근에는 개도국 세관의 고위급 공무원에 대한 초청연수를 확대하고 있다. 정책 결정권자들과 우호적 협력관계를 통해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관세청의 ODA 사업은 전자통관시스템 유니패스(UNI-PASS)의 해외보급에도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유니패스는 관세청이 독자적으로 구축한 첨단 전자통관시스템으로 물품 신고, 세관 검사, 세금 납부 등 모든 통관 절차를 온라인 등을 통해 한 번에 처리한다. 지난해 카메룬과 역대 최대 규모인 2억 3000만달러 수출계약을 하는 등 지금까지 모두 10개국에 3억3560만달러어치가 보급됐다.

중남미 에콰도르는 유니패스의 쌍둥이 격인 에쿠아패스를 구축해 통관시간을 7일에서 5일로 줄이고, 24시간 통관서비스를 시작했다. 시스템 구축에 따라 에콰도르는 연간 1600만달러의 세수를 추가로 확보했고 2013년에는 세계관세기구 혁신대상을 수상했다.

에콰도르의 유니패스 도입은 관세청 ODA 사업에 수차례 참여해 한국 전자통관시스템의 우수성을 직접 확인한 결과였다. 현재도 관세청 ODA사업에 참여했던 10개국이 유니패스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유니패스 수출은 우리 통관제도와 기술이 전 세계로 보급돼 한국 관세행정의 국제표준을 선도하는 효과를 거둔다.

우리가 국제원조를 받을 당시 공무원들도 선진국의 앞선 시스템을 돌아보며 부러운 눈길만 보내던 때가 있었다. 관세행정도 마찬가지였다.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가장 큰 걱정거리가 경험 부족이었다.
대규모 국제행사를 치른 경험이 없다보니 이웃나라 일본세관 등 먼저 올림픽을 치른 국가들의 노하우를 배워와야 했다.

지금은 세계 각국 공무원이 앞선 행정을 배우러 한국 관세청을 찾는다.
관세청은 ODA 사업을 더욱 확대 발전시켜 그간 우리가 겪었던 어려움과 성공경험을 아낌 없이 전수해 개도국의 국가발전을 도모하고 우리기업의 경쟁력도 높여나가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기회로 활용하고자 한다.

김낙회 관세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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