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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석학에 듣는다] 세계경제의 플랜B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4.15 18:09

수정 2016.04.15 18:09

앤드루 셩 펑 글로벌 연구소 석좌
[세계 석학에 듣는다] 세계경제의 플랜B

3월 주요 20개국(G20) 회의, 중국인민대표대회, 그리고 많은 싱크탱크들은 디플레이션과 높아지는 금융 불안정성으로 인해 세계 경제가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인식이 고조되고 있음을 드러낸다. 열쇠는 중국이다. 어떤 길을 택할지가 관건이다. 중국의 경착륙을 막는 건 필요조건일 뿐 세계 경기회복의 충분조건이 아니다.

많은 중국 이코노미스트들의 충고와 반대로 중국 정책담당자들은 전통적인 서구식 접근을 거부해왔다. 변동이 심한 자본흐름의 충격을 흡수하는 주요 완충장치로 변동환율제를 활용하고, 또 그럼으로써 통화정책을 자유롭게 해 국내 구조조정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식을 거부한 것이다.
이는 서구 이코노미스트들과 세계 금융시장 모두를 만족시켰다. 이들은 중국 지도부가 위안 안정 유지를 재다짐하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중국이 디플레이션 탈출을 위해 위안 하락을 추구하면 또 한 차례의 경쟁적인 글로벌 평가절하와 더 깊은 디플레이션으로 귀결될 것을 이들은 두려워했다. 다행히도 중국 지도부는 지속적인 교역둔화로 인한 총수요 부족이 결국 자국의 성장률 역시 떨어뜨릴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

물론 중국은 장기적인 지속가능 성장에 필요한 구조개혁을 추구하는 한편 여전히 자본유출에 대응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 열쇠는 일자리 창출에 목표를 둔 다면적인 단기 안정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연간 성장률을 6.5% 안팎으로 유지하는 데 있다.

한편 중국 인민은행(PBOC)은 환율 안정을 유지하면서 디플레이션과 싸우는 결코 선망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과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경기 부양과 환율 안정을 위해 PBOC가 푼 막대한 외환과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의 3배에 맞먹는 자본유출 규모를 감안할 때 지불준비금 감축 같은 전략은 중요해진다.

PBOC는 물론 외환 통제를 강화해야만 한다. 그러나 자본흐름의 변동성을 낮추기 위해 토빈세 같은 거시건전성 정책 수단 역시 검토해 봐야 한다.

이 모두는 중국의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전략인 플랜A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다극화 글로벌 체제에서는 세계 경제를 부채 디플레이션에서 구해낼 수 있는 단일 국가는 없다. 바로 세계가 공유전략, 즉 이른바 플랜B 도입을 검토해야만 하는 이유다.

집단적 대응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세계 경제 안정을 위협하는 이례적인 위협에 직면한 지금은 어떤 집단적 대응이 가능한지를 모색하기 위한 또 다른 브레턴우즈식의 모임을 재개해야 할 시점인지도 모른다.

행동에 나설 유인은 많다. 선진국 경제가 급속한 인구 고령화와 대규모 공공부채 부담, 지나치게 확대된 통화정책, 분절된 정책에 직면해 있는 가운데 세계 경제가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지 여부는 신흥시장에 주로 달려 있다. 신흥시장 역시 자국 고유의 문제에 직면해 있기는 하지만 이들은 더 우호적인 인구구성과 급속한 도시화를 경험하고 있다. 높은 생산성 증가 잠재력이 있다. 이는 세계 경제 성장을 강화하는 한편 자원 고갈을 줄이고 지구온난화 해결을 위한 대규모 지속가능 인프라 수요를 촉진할 수 있다.

신흥시장 경제의 잠재력 실현을 가로막는 주된 장벽은 금융이다. 브레턴우즈 체제에서 탄생한 기구들이 필요한 자본을 공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세계가 부채 디플레이션 함정-소득과 부의 불평등 확대는 물론이고-에서 탈출하려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최근 위안화 하락을 둘러싼 패닉은 집단적 대응 필요성을 부각시키는 또 다른 유인이다. 지금은 그 누구도 대규모의 변동성 높은 자본흐름에서 안전할 수 없다. 외환보유액의 형태로 막대한 자가보험을 구축한 나라들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유동성 보험 체계-다층의 통화스와프 협약으로 뒷받침되는-가 있어야만 각국은 자본 탈출, 그리고(또는) 통화 평가절하에 대한 과도한 공포 없이 반드시 필요한 리플레이션(통화재팽창)을 추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집단적 대응은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을 더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지금껏 이런 정책들은 세계 경제를 되살리는 데 실패해왔다.


글로벌 합의에 이르는 것은 늘 어렵다. 그러나 더 이상은 외면할 수 없다.
각국이 지금처럼 홀로 가려 한다면 전세계의 고통은 불가피할 것이다.

정리=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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