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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해외조달시장 진출 '때' 놓쳐선 안돼

김원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4.17 17:30

수정 2016.04.18 11:09

[차관칼럼] 해외조달시장 진출 '때' 놓쳐선 안돼

'무슨 일이든 때가 있다'고 한다. 이 말에는 '때'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이 녹아 있다. 조달기업이 바로 해외조달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할 시기다. 국내 조달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다. 지난해 국내 공공조달시장 규모는 114조원으로, 전년보다 1조원 줄었다. 조달업체는 32만개로, 전년보다 오히려 2만7000개 증가했다.
먹거리는 줄어드는데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반면 해외조달시장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연간 172억달러의 유엔시장과 1조1000억달러의 미국 연방·주정부 외에도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GPA) 가입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가가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 가능한 세계 조달시장 규모는 대략 6조달러로 추산된다. 우리기업이 그중 2%만 진출해도 국내 조달시장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시장이 넓어졌다고 수출이 저절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해외조달시장은 민간시장과 달리 많은 제약요인이 있다. 언어나 불합리한 관행 등도 문제지만 자국산업 보호를 빌미로 한 많은 비관세 장벽이 있다. 까다롭고 엄격한 계약조건은 기본이고 때로는 예기치 않은 정치상황이나 국민정서도 고려해야 한다. 국내에서도 민간기업 사장이 외제차를 타면 아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장차관은 여론의 뭇매를 맞게 되는 '특유의 눈높이'가 있는 것과 흡사하다.

그러나 해외조달시장은 처음 뚫기가 어렵지 여러 가지 장점도 존재한다. 한번 계약이 성사되면 신뢰가 쌓여 장기적인 거래도 가능하다. 작은 실패에 좌절할 필요가 없다. 해외시장 진출은 마치 대나무 중에서도 최고로 치는 모죽(毛竹)의 성장 과정과 유사하다. 모죽은 씨를 뿌린 지 5년 동안 싹이 나지 않다가 5년 뒤에는 하루에 70~80㎝씩 모두 30m까지 자란다.

문제는 수출경험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이 장벽들을 홀로 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는 점이다. 누군가가 시장정보도 제공하고 바이어 상담도 주선해 주는 등 도움을 줄 필요가 있다. 조달청은 3년 전부터 수출 초보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즉 전시회 참가를 주선하고 시장개척단 파견, 설명회 개최, 해외홍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에 170여개 조달기업이 3억3000만달러의 수출을 달성하는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조달청은 올해 3월 31일부터 4월 1일까지 경기 고양 일산 킨텍스에서 기술력 있는 우수조달기업의 국내외 판로를 지원하기 위한 '나라장터 엑스포'를 개최했다. 행사기간 내내 현장에 머물면서 해외바이어의 국내 조달업체 제품에 대한 상담 과정도 눈여겨봤다. 이번 행사는 지난해에 비해 전시부스도 2배로 확대하고 해외바이어 초청도 대폭 늘려 해외조달시장 진출에 비중을 뒀다. 그 결과 수출실적도 지난해 935만달러에서 1777만달러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미국의 노스캐롤라이나, 메릴랜드 등 일부 한국 주재 주정부사무소는 벌써부터 내년도 '나라장터 엑스포' 참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번 행사를 마치면서 중소기업의 수출지원을 하는 유관기관과의 소통과 협업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느꼈다. 조달청의 우수기업, 외국 조달기관 협력채널에 더해 KOTRA, 세계한인무역협회(OKTA) 등의 해외 네트워크가 시너지 효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고 빨리 가려면 혼자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국내외 조달기관과의 협력네트워크를 강화해 '나라장터 엑스포'가 국내 조달업체의 해외조달시장 진출의 '때'에 부응하는 세계적 국제박람회로 자리 잡도록 노력하겠다.


정 양 호 조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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