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M&A전쟁의 상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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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상흔을 남긴다. 총 쏘는 전쟁뿐만 아니라 총성 없는 싸움인 인수합병(M&A)전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참여자 모두 배수의진(背水之陣)을 치고 나올 때 더욱 치열하다.

최근 KB금융지주가 승자로 막을 내린 현대증권 인수전도 그런 듯하다. 현대증권을 놓고 경쟁 금융지주사에 비해 열세인 증권부문을 키워야 하는 KB금융지주와 미래에셋대우나 NH투자증권 등과 덩치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려는 한국금융지주 모두 양보할 수 없는 승부를 벌였다. 증권업계는 물론이고 경제계가 흥미진진하게 결과를 지켜봤다. 전쟁은 끝났지만 진행 과정에서 발표가 연기되는 등 의혹도 불거지다보니 이런저런 뒷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KB금융지주의 1조2500억원이라는 인수금액을 놓고 비싸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당초 7000억∼8000억원 전망에서 50%나 늘었으니 그럴 만하다. 여기에다 앞으로 지주사법에 의해 자회사로 맞추기 위한 지분 추가매입 자금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가 될 것이라는 혹평도 나온다.

KB금융지주는 증권업계 '빅5'인 현대증권을 인수하지 않으면 그리려는 그림을 완성하기 힘들다고 판단해 모두의 허를 찌르는 과감한 베팅을 했다. 한국금융지주 측도 KB금융이 그렇게 많은 금액을 쓸 줄 몰랐다는 반응이다. KB금융은 현대증권 인수로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가능해지고, 은행에 집중된 수익구조를 완화하는 등 다양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현대증권 인수로 KB투자증권과의 통합증권사 자본이 3조9000억원 수준으로 업계 3위까지 뛰어오르면서 대형증권사인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대투증권 등 다른 금융지주 증권사들과 경쟁할 수 있게 됐다. 일단 제대로 된 사업포트폴리오를 갖춘 셈이다.

KB금융지주는 실제 2015년 말 기준으로 자산의 88.2%를 국민은행이 차지하는 등 은행 실적에 좌우되는 현상을 나타내면서 증권부문 강화는 절체절명의 과제였다.

현대증권 22.56%를 인수할 경우 은행 의존도는 자산 기준 62.9%로 낮아져 신한금융이나 하나금융 등 다른 주요 금융지주사와 비슷한 수준이 된다.

현대증권은 증권업계의 덩치싸움에서 덩치를 키울 수 있는 마지막 대어라는 평가를 받았다. 물건 가격은 희소성과 수급에 의해 결정된다. 매물이 품귀라면 몸값은 더 오를 수밖에 없다. 현대증권은 지난해 순이익이 2796억원, 자기자본이익률(ROE)은 8.9%였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4배. 놓치기 힘든 대어이고 대체할 매물도 없다.

M&A전쟁은 끝났다. 계속해서 뒷말이 난무하는 것은 인수전 참여자는 물론이고, 업계 전반에도 좋을 것이 없다. 루머 속에 의혹과 갈등이 커지면 승자는 없고 모두가 패자가 될 수도 있다.

지금은 금융투자업계가 좋은 상황이 아니다.
불안정한 시장이 진정되는 듯하지만 1, 2월만 해도 연일 이어지는 폭락세로 공포에 휩싸여 있었다.

현대증권 고가매입 논란은 또 다른 상흔을 남길 수 있다. 현대증권 인수금액이 고가인지 아닌지는 KB금융지주가 현대증권과의 시너지를 어떻게 내는지, 어떤 경영성적표를 내놓는지 지켜본 후 채점을 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

cha1046@fnnews.com 차석록 증권부장·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