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힐러리의 돈잔치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이 최근 민주당 대선 후보를 뽑기 위한 뉴욕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경쟁자인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을 압도적인 표차로 누르고 대선후보 지명을 위한 8분 능선을 넘었다.

클린턴은 뉴욕주 예비선거가 열리기 전 샌더스 의원에게 7개주에서 연속으로 패했다. 하지만 뉴욕에서 대승을 거두며 누적 대의원 1911명을 기록하고 있다. 따라서 클린턴은 대선 후보 지명을 위해 필요한 대의원 수를 말하는 '매직 넘버'(2383명)의 80%를 확보했다. 앞으로 남은 경선에서 1668명의 대의원 중 28%만 얻으면 대선 후보가 될 수 있게 됐다. 뉴욕주 경선 결과는 클린턴이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사실상 승리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워싱턴포스트는 "뉴욕 경선 결과로 샌더스가 클린턴을 따라잡기에는 대의원 숫자로 볼 때 거의 불가능하다"고 분석했다.

힐러리 클린턴은 이번 대선 유세를 통해 자신을 '중산층의 옹호자'로 홍보하며 사라져가고 있는 중산층의 권익을 지키겠다고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클린턴의 선거모금 파티는 그의 '겉과 다른 속'을 보여주는 실망스러운 행사가 아닐 수 없었다. 정치전문지 '더힐'에 따르면 지난 15일 샌프란시스코의 한 거물 벤처자본가의 저택에서 클린턴 선거모금 파티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힐러리 클린턴과 남편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을 비롯, 할리우드와 실리콘밸리의 큰손 100여명이 참석했다. 클린턴 부부와 같은 테이블에는 할리우드의 톱스타인 조지 클루니와 그의 부인 아말 클루니가 앉았다.

이날 행사에 참석하기 위한 '입장료'는 1인당 3만3400달러(약 3800만원)였다고 한다. 더 충격적인 것은 부부 한 쌍에 35만3400달러(약 4억원)를 내면 클린턴, 클루니 부부와 같은 테이블에 동석하는 영광을 누릴 수 있었다는 점이다. 35만달러는 미국 일부 지역에서 으리으리한 집 한 채를 살 수 있는 액수다. 그 다음날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클린턴의 또 다른 선거모금 파티에서도 참석자들은 1인당 10만달러의 돈을 내고 힐러리와 악수를 나눴다.

물론 동네 시의원 선거도 아닌 대통령 선거에서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힐러리의 선거모금 파티는 가뜩이나 경제적으로 움츠린 중산층을 무시한 도가 지나친 행사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

빌 클린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 클린턴 가문은 강연 수입으로 갑부가 됐다. 미국의 전문매체들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퇴임 후 2014년까지 강연으로만 총 1억490만달러(약 1140억원)를 벌었다. 힐러리의 강연료 수입도 만만치 않다. CNN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힐러리는 총 92차례 강연했으며 강연료 수입은 1회에 약 25만달러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월가의 대형은행 초청으로 행한 강연이 8차례였으며 여기서 벌어들인 수입은 180만달러였다.

최근 개탄할 만한 기사를 읽었다. 미국의 주택 부동산시장이 지난 2~3년간 반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첫 주택구입자들이 구입하는 '낮은 가격대 주택'이나 바로 윗단계로 볼 수 있는 '중간 가격대' 주택시장이 매물 부족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놀라운 것은 이와 같은 매물 부족 현상은 정작 집이 필요한 중산층이 집을 사서가 아니라 부자들이 투자 목적으로 저가 부동산을 '싹쓸이'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특히 정치판은 더더욱 없다. 힐러리는 자칭 '중산층의 옹호자'라고 주장하지만 그녀의 돈줄은 99%가 아닌 1%의 특정세력들이 쥐고 있는 것 같다. 공화당 후보가 누가 될지 몰라도 미 대선이 본선 궤도에 진입하면 힐러리에 대해 어떻게 공격할지 짐작이 간다.

jjung72@fnnews.com 정지원 뉴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