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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특허와 거북선

김원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4.24 17:11

수정 2016.04.24 17:11

[차관칼럼] 특허와 거북선

오는 28일은 '충무공 이순신 탄신일'이다. 한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손꼽히는 이순신 장군. 충무공의 거북선은 미국 군사전문매체(USNI)에서 세계 7대 명품 군함에 선정되기도 했다. 명품 군함인 거북선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거북선은 조선 군함인 판옥선을 기초로, 배의 갑판이 창과 방패 역할을 하도록 철판 덮개를 씌우고 쇠꼬챙이를 꽂았다. 기존에 알려진 기술의 창의적 융합으로 역사에 길이 남을 군함이 탄생한 것이다.

필자는 거북선 탄생 배경에 기존 기술동향을 분석해 기술혁신을 도모하는 '특허 빅데이터 분석'이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만약 당시에 특허제도가 있었다면 거북선은 판옥선, 철갑기술 등 여러 특허기술이 융합된 세계 최초의 철갑선으로 특허를 받았을 것이다.


기술 융합 사례인 거북선의 탄생은 글로벌 경쟁시대에 소리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리 기업들에 생존을 위한 창의적 혁신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있다.

치열한 국제 경쟁 속에서는 혁신적 기술과 창의적 아이디어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기업과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며 '지식재산(Intellectual Property)'이 전쟁의 승패를 가늠하는 핵심 무기다. 수많은 기업이 진보적 기술을 개발해 세계시장을 선점하고 막대한 부를 창출하고 있으며 개발된 기술을 특허로 무장시켜 경쟁자들을 견제하고 있다.

물론 많은 기업이 이를 목표로 연구개발(R&D)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지만 핵심기술을 확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중소기업은 인력, 자금, 또는 정보 부족으로 선도 기술을 모방하거나 단순히 변형하는 기술개발을 추진하다가 특허분쟁에 휘말려 위기를 겪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 중소기업은 창의적인 기술혁신을 바탕으로 경쟁기업을 무찌를 지식재산권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까. 필자는 그 답도 '특허' 자체에 있다고 자신한다.

모든 기술지식의 80%가 특허 문헌으로 공개되고 이 중 75%는 다른 문헌으로는 전혀 공개되지 않는다. 특허 문헌은 기술적 문제에 대한 다양한 해결방안을 수록하고 있고 해당 분야의 기술변화 방향을 쉽게 파악할 수 있게 하는 유용한 자료다. 특허 빅데이터를 분석하면 창의적 기술개발 방향과 경쟁사에 대응할 전략을 얻을 수 있다. 기존의 기술을 분석.융합한 거북선의 사례에서 보듯이 말이다. 필자는 이처럼 특허정보를 통해 우리 기업들이 미래의 새로운 길도 만들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소기업들도 이 같은 특허분석으로 치열한 경쟁시대에서 성장해 나갈 수 있다. 실제 중소기업 또는 연구자들은 스스로 다른 산업 분야에 대한 정보를 갖기 어렵다. 하지만 특허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다른 기술 분야에서 혁신적 발명 아이디어와 기술적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을 수도 있다. 이렇게 얻은 최적의 기술개발 방향을 우리 기업들이 연구개발 초기 단계부터 적용한다면 경쟁사와 특허분쟁을 피하고 보유기술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우수한 기술도 만들어 낼 수 있다.

특허는 고급 기술 정보다. 이를 심층 분석하면 국가별·기업별 R&D 전략을 파악하고 기업들이 나아갈 방향을 찾아낼 수 있다.
그동안 자체 특허정보 분석에 어려움을 겪는 1000여개 중소기업이 특허청의 지식재산 중심의 연구개발(IP-R&D)사업을 지원받아 새로운 기술을 개발, 연구기간 단축, 매출증대, 투자유치 등 성과를 거뒀다.

필자는 우리 기업들이 특허분석에 기반을 둔 창의적·전략적 연구개발로 거북선 같은 동시대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발명품을 만들어내길 기대해본다.
특허청도 전공을 살려 '특허가 기업혁신의 디딤돌'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최동규 특허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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