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차관칼럼

[차관칼럼] 한류, 문 열린 이란을 공략하라

조용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5.01 17:18

수정 2016.05.01 17:18

[차관칼럼] 한류, 문 열린 이란을 공략하라

우리 경제의 저성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2분기 연속 국내총생산 성장률 0%대 기록과 소비절벽에 대한 위기감이 심각성을 더하는 듯하다. 특히 국가경제의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제조업의 수출 부진과 세계 1위의 위용을 자랑하는 조선업계의 구조조정마저 겹치면서 진퇴유곡에 빠지는 모양새다.

지난 1월 중동 최대의 성장잠재력을 보유한 이란에 대한 핵제재 해제 소식이 전해지면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를 계기로 이란의 시장개방이 본격화됨에 따라 중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선제적 경제외교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건설, 플랜트 등의 대형 프로젝트 수주를 위한 경쟁에 참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2월의 '한·이란 경제공동위 개최'에 이어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국빈방문 등으로 국가경제 활성화를 위한 이란 외교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우리 콘텐츠업계의 진출을 어떻게 전망할 수 있을까.

지난 2005년 '대장금', 2007년 '주몽' 등이 이란 현지 방송채널을 통해 방영됐고 최대 80~90%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인기를 끈 바 있다. 지난해에도 '제왕의 딸, 수백향' 등 6편을 수출, 한류콘텐츠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꾸준하다.

지난 4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마켓 인사이츠'는 이란 시장 개방에 따른 우리 콘텐츠산업의 수출을 비교적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방송 분야의 경우 사극과 가족드라마의 진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했고, 애니메이션은 유아 대상의 교육기능이 강조된 작품의 제한적 접근 전략을 제시했다. 반면 공연, 음반, 디지털 음원 등은 현지 종교문화와 규제로 인해 가능성이 낮다면서 보이그룹 공연과 해외채널을 통한 우회적 진출 방법을 제안했다.

이란 콘텐츠시장은 2015년 기준 73억달러로 추정되며 연평균 성장률도 10%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방송의 경우 국영방송사업자인 IRIB가 독점으로 8개 채널을 보유하고 있으며,

특이한 점은 방송사업자가 규제권한을 가지고 있고 외산 콘텐츠에 대한 검열도 매우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국가 주도의 포괄적 이란제재법으로 인해 무역통상 압박을 경험했기 때문에 이란 정부는 서방국가에서 제작된 콘텐츠 수입에 다소 배타적일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런 만큼 시장개방 초기 한류콘텐츠가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기대도 있다.

이런 기회를 살리기 위해서는 우리도 그 어느 때보다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 앞서 이란 방송콘텐츠 진출 가능성이 높은 장르를 사극과 가족드라마로 한정한 이유는 첫째 명확한 계급문화와 영웅적 이야기를 선호하고, 둘째 선한 자와 정의가 이기고 악을 벌한다는 이른바 권선징악 스토리에 대한 공감이 크기 때문이다. 셋째로 한국 특유의 음식문화, 생활양식에 대한 호기심과 간접경험을 들 수 있다.

다만 현지의 폐쇄적인 콘텐츠시장 구조와 보수적 수용태도 등을 감안할 때 급격한 시장진입은 오히려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 이란의 문화와 이념에 상충하지 않는 내용의 콘텐츠를 신중하게 선별해 공급함으로써 한류콘텐츠에 대한 점진적 이미지 제고와 개방적 수용 태도로의 전환을 유도해야 하는 이유다.


우리 콘텐츠산업의 대이란시장 진출은 당분간 방송 분야의 완성 콘텐츠 수출에 집중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지속적인 한류 방송콘텐츠 홍보 프로모션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정부의 로드쇼 개최나 방송콘텐츠 마켓 참가지원사업 등을 방송콘텐츠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중장기적으로 한국산 소비재와의 동반 진출 등 이란을 포함한 중동지역 한류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선 정부와 콘텐츠기업 모두 줄탁동기의 지혜가 필요함을 명심해야 한다.

정관주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