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트럼프, 김정은 그리고 시진핑

#1. "5월 6일 열리는 북한의 노동당 대회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대관식과 같다. 본격적으로 김정은 시대가 열린 만큼 향후 북한이 북핵 전략을 계속 끌고 갈지, 아니면 핵·경제 병진노선에 따라 경제발전을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갈지가 관건이다."

#2. "당초 가능성을 낮게 보았던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되면서 한국과 중국 모두가 고민에 빠졌다. 특히 한반도 문제를 둘러싸고 한국, 미국, 중국 등의 기존 외교·군사적 관계에 새로운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기자가 중국 베이징에서 만난 한반도 외교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선 김정은 제1위원장과 미 공화당 대선후보 트럼프 그리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공화당 대선주자로 확정된 트럼프의 거침없는 한반도 안보관련 발언은 대통령 당선 여부를 떠나 영원한 우방국으로 여겨졌던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기존 노선을 수정하거나 포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무게가 가볍지 않다. 트럼프는 지난 4일 한국 등 동맹국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거듭 제기하며 동맹국들이 방위비를 100% 부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한국을 겨냥해 '미치광이'(김정은)가 있는 북한에 맞서야 하는 입장에서 미국을 제대로 존중하지 않으면 스스로 방어해야 한다고 말해 방위비를 부담하지 않을 경우 미군 철수를 시사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사설을 통해 트럼프가 미국과 전 세계의 재앙이 될 것이라며 그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저명한 일간지가 공화당 대선후보 확정자에게 이처럼 반발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WP는 "트럼프가 말을 부드럽게 하고 모욕적 발언을 줄임으로써 향후 자신을 더욱 대통령처럼 보이려 하는 것은 가능하다"면서도 "하지만 그가 자기 자신을 바꾸거나 자신이 어떻게 기회를 포착했는지는 바꿀 수 없다"고 강조했다.

결국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될 경우 북핵, 한반도를 둘러싼 기존 국제외교 관계에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 주한미군 인적비용의 50%(약 9158억원)가량을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100% 요구는 사실상 수용하기 힘들다. 이 경우 미국은 주한미군 감축 등을 통해 압박할 가능성이 높고, 한국으로선 새로운 방안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정치권에서 불거졌던 핵억제를 위한 핵무장 논란이 가열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트럼프 캠프의 좌장인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이 지난달 상원 전체회의에서 2012년 발효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미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고 발언해 통상마찰 가능성까지 우려되고 있다. 한국 정부는 트럼프가 후보로 확정되자 뒤늦게 트럼프 캠프 측과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고 월스리트저널(WSJ)이 꼬집었다.

트럼프의 이 같은 한반도 외교전략은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더욱 위축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베이징에서 만난 한 외교 관계자는 "북한이 노동당 대회 전후로 제5차 핵실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많았는데 현재로선 후자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면서 "또한 이제까지 핵실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만큼 앞으론 경제 문제에 좀 더 집중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김정은을 미치광이로 취급하는 트럼프가 집권할 경우 한반도의 긴장이 더욱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시 주석 입장에서도 트럼프가 미국과의 무역불균형 문제에 대해 중국을 성폭행범으로 몰아붙이며 비난하고 있어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트럼프는 자신이 집권하면 중국산 제품에 45%의 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중국 외교부는 "미·중 경제협력은 양국의 공동이익에 부합하는 것"이라며 "미·중 관계를 이성적이고 객관적으로 처리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돌풍이 한반도와 중국까지 상륙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많은 미국인이 트럼프를 지지함에 따라 '찻잔 속 돌풍'에 그친다 해도 향후 대권주자나 미국 정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점에서 한국과 북한, 중국 입장에서도 새로운 관계 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hjkim@fnnews.com 김홍재 베이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