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현장클릭>국민보호해야할 무한책임의 실종

이진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5.12 18:39

수정 2016.05.12 18:39

요즘 가습기살균제 피해대책을 논의하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회의를 취재하면서 정부의 태도에 무척 아쉬움이 든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이 정부 대책의 무성의함을 집중 질타하는 여야 의원들의 지적에 대해 가장 많이 반복한 말은 "입법 미비"였다. 윤 장관은 회의에서 인체 유해성을 인지하는데도 버젓이 시판된 것도, 피해자가 발생한 지 10년이 넘게 지나도 뒤늦게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한 것도 모두 "제도가 부족해서 생긴 결과"로 치부했다.

시종일관 일관적으로 정부가 사과할 잘못은 아니라고 밝혔다. 윤 장관은 "당국이 판단하기 전에 전문가가 판단한다. 전문가의 판단을 우리가 안 받아들인 적은 없다"주장했다.


하지만 정부가 합법적인 제도만 준수하는 사이 239명이 사망했고, 1528명이 피해신고를 했다.

2013년부터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구제대책을 위한 법률안이 추진됐지만 여전히 국회 환경노동위에서 계류 중이다. 조속한 피해구제책이 시급한데도 정작 정부와 정치권은 서로 '네탓 공방'만을 되풀이했고 그 사이 피해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국민의 안위에 대해 무한책임을 져야하는 정부와 국민 안전을 보호해야 할 정치권 모두 가해자였다.

이 같은 지루한 공방탓에 결국 19대 국회에서 법안은 자동폐기될 운명에 처했다.

그나마 피해자에 대한 요양급여를 줄 수 없다는 의견도 이제서야 시행령을 고쳐 지급하겠다는 입장으로 뒤늦게 선회했다.

정부가 제도탓만을 하는 사이 피해자와 가족들의 고통은 커졌다.

"굉장히 성실한 직원이었다. 서류정리는 늘 깔끔했고, 일찍 출근해 가장 늦게 퇴근했다" 윤 장관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신임은 두텁다고 한다.
현 정권 5년간 끝까지 함께 간다는 뜻으로 '오성규'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정부의 무한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윤 장관의 태도는 분명 국민을 보호해야할 정부 각료로서 온당한 자세였는 지 의문이 든다.


근면 성실함으로 대통령의 인정을 받았겠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국민들로부터 인정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
문득 정부의 안이한 대처과정과 부처 수장의 일관된 대응을 보면서 혹시 법은 지켰지만 역설적으로 피해는 고스란히 남아있는 성실한 '무사유'의 결과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beruf@fnnews.com
▲정치경제부 이진혁 기자
▲정치경제부 이진혁 기자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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