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출판

국경 없는 '디지털 세상' 문화장벽도 사라졌을까

조윤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5.12 18:31

수정 2016.05.12 18:31

"네트워크로 하나가 되었지만 콘텐츠까지 세계화되진 않았다"
저자가 50개국을 직접 돌며 써내려간 디지털 문명 현주소
국경 없는 '디지털 세상' 문화장벽도 사라졌을까

소위 디지털 시대다. 스마트폰, 태블릿 등 디지털 기기를 통해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연결되어 있다. 카카오톡, 라인 등 메신저 앱을 통해 메시지를 주고 받고 사진이나 자료를 전송한다. 버스, 지하철 도착 시간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손가락 하나로 택시를 부를 수도 있다. 영상으로 멀리있는 부모 등 가족에게 안부를 전하는가 하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내 생활을 공유한다.

스마트 / 프레데리크 마르텔/ 글항아리
스마트 / 프레데리크 마르텔/ 글항아리

날씨와 메일을 확인하는가 하면 게임과 동영상 감상을 즐길 수도 있다.
5분간의 쇼핑으로 그날의 저녁메뉴를 바로 배달시킬 수도 있고, 언제 어디서든 쇼핑이 가능해졌다.

'스마트폰 중독' '디지털 단식'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를 만큼 스마트 기기는 일상생활과 불가분의 관계가 됐다. 그렇다면 첨단을 달리는 디지털 문명의 발전으로 우리는 정말로 '스마트'해졌을까.

대중문화의 세계화에 천착한 전작 '메인스트림'으로 크게 주목받은 저자는 후속편인 이 책에서 디지털 분야에 초점을 맞췄다. 이 책에서 '스마트'는 단순히 인터넷을 넘어 인터넷에 접속된 휴대전화와 모바일 앱, 디지털 기술, ICT 기술 등 디지털 분야 전반을 아우르는 용어다.

세계 각지 사람들은 구글에 접속해 정보를 검색하고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을 통해 국경을 초월한 관계망을 형성한다. 올해 현재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인구는 전 세계 15억명이며, 그 중 절반은 스마트폰을 통해 접속한다.

이렇게 보면 우리는 이미 동일한 '스마트 월드'에 접속되어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구글 등 거대 IT 공룡들은 공식적으로 지리적 경계의 종언을 언급한다. 그들에 따르면 가상공간의 세계화는 결국 모든 세계를 하나의 '메인스트림' 문화로 귀결시키게 된다.

그러나 저자는 세계가 하나의 네트워크를 향해 진화하며, 문화적.언어적 차이가 소멸되고 있다는 시각에 대해 다른 주장을 제시한다. 세상은 결코 하나의 '메인스트림'으로 흐르지 않고, 인터넷이 차이를 없앤다기 보다는 그 차이를 오히려 공고히 한다는 주장이다.

수평적으로 세상을 넓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세상의 각 부분을 수직적으로 파내려가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 책은 지표면이 아닌 웹 세계라는 광활한 공간을 깊게 파내려간다.

'밸리'라 불리는 샌프란시스코, 모방과 검열 속에서도 알리바바라는 공룡을 배출한 중국, 최대 창업 국가인 이스라엘 등 저자는 전 세계 50여개국을 돌며 현지의 IT 실태를 정리했다. 즉 전 세계 디지털 문명의 현주소에 대한 보고서를 다시 쓴 셈이다. 직접 보고 들은 정보를 우선적으로 취합해 집필된 이 책은 지속적으로 이뤄진 현장조사와 인터뷰를 통해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새로운 내용들로 채워졌다. 저자는 이를 통해 인터넷과 디지털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던 것과 달리 세계화된 양상을 띠지 않고, 우리 생각보다 훨씬 스마트한 세상이라고 말한다. 각국 고유의 특성과 언어.문화 등으로 차별화돼 있다는 점도 증명한다. 즉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온라인 콘텐츠에 접근하고 있지만, 콘텐츠까지 세계화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실례로 미국 캘리포니아 AOL에서 일하는 클래비어는 컴퓨터가 연결된 러닝머신으로 운동하며 엑셀 시트를 확인하거나 이메일을 보내는 등 전형적인 실리콘밸리 근무자였다. 반면 중국 베이징 바이두 대변인 카이저 쿼는 검은 안경, 찢어진 청바지, 묶은 긴 머리의 로커 이미지로 지역의 특성에 따라 성격도 외형도 달랐다.

콘텐츠 패러다임의 변화도 뚜렷했다. 오늘날 네티즌들은 콘텐츠의 단순 소비자라기 보다는 공급의 주체가 된다.
애플, 아마존 등의 음악 서비스는 모바일 플랫폼에 최적화된 모델이 계속해서 등장할 것이라는 것을 예고한다.

특히 이 책에서 추구하는 것은 디지털 세계의 주체적 권리에 대한 저마다의 각성이다.
인터넷에 대해 이해도가 높은 이들이 누구인지에 따라 디지털 세계, 나아가 우리 삶의 주체가 누가 될 것인가가 결정될 수 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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