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현장클릭] 친박, 진정 바지사장을 원했나

정인홍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5.18 17:55

수정 2016.05.18 17:55

[현장클릭] 친박, 진정 바지사장을 원했나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였다'.

4.13 총선 참패이후 위기의 난파선 새누리호(號)를 구하려던 새 선장 정진석 원내대표의 '필살기'가 당을 위기로 몰아넣었던 해묵은 계파갈등으로 무산됐다.

친박근혜계의 '암묵적' 후원아래 당 쇄신의 전권을 위임받은 정 원내대표가 비대위 및 혁신위 백지화 등을 요구하는 친박계에 의해 새 리더십을 발휘하기도 전에 '식물대표'로 전락하게 됐다. 친박계는 편향적 인사라며 비대위 원점 재검토나 원내대표직 용퇴까지 거론하면서 연일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총선이후 자숙모드를 버리고 조직적인 전국위 보이콧이라는 초강수를 둔 데는 비대위 및 혁신위가 강성위주의 비박계 일색인 만큼 8월 전대의 당권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절박감이 깔려있다.

정 원내대표의 첫 용인술인 '김용태 혁신위원장 카드'는 지명 이틀만에 세상에 빛도 보지 못했다. 사퇴를 선언한 김 의원은 친박계와의 전면전을 선포하고 대통령 탈당 요구 가능성까지 점쳐진다.
물과 기름인 친박과 비박간 갈등 지속으로 분당 가능성마저 있다.

비대위와 혁신위를 '쌍두마차'로 고강도의 쇄신작업을 추진하려던 정 원내대표의 구상은 시작부터 '암초'를 만났다.

정 원내대표로선 당 대표 권한대행인 비상대책위원장까지 겸직토록 전권을 위임했던 친박계로부터 제대로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18일 한 측근인사에 따르면, 정 원내대표의 머릿속에는 '계파'라는 단어가 없다고 한다.

혁신위원장 후보군을 한창 물색하던 지난 주 김황식 전 국무총리 등을 포함한 외부인사 3-4명은 '국민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라는 판단아래 최종 배제됐고, 고심끝에 비박계 소장파인 김 의원을 '히든카드'로 전격 낙점했었다.

당 지도부의 한 인사는 "14일 오후 김용태 카드를 설명하고 강하게 밀어부쳤다. 비대위 구성 등에서도 계파 고려는 전혀 없었다"고 전했다.

계파 안배나 정치적 고려보다는 오직 쇄신 콘셉트에 맞는 적임자를 골랐다는 얘기다.

당 주류인 친박의 오만함이 당을 위기로 몰아넣은 만큼 일부 반발이 있더라도 비박계의 시선으로 '국민 눈높이'에 맞는 쇄신책을 마련하는데 김 의원의 '일관된' 개혁관이 낙점 배경이었다는 분석이다.
친박계와 대척점에 있는 비박계에게 쇄신의 칼자루를 쥐게하는 '역설적 파격'으로 '죽고자 하면 살 것'이라는 결연한 각오를 실현코자 했었다는 얘기도 있다.

정 원내대표로서도 친박계의 후원으로 쇄신 전권을 위임받은 만큼 '파격적' 구상이라도 자신을 믿고 맡겨줄 것으로 알았을 것이다.
외부인사도 좋지만 '결자해지' 차원에서 당 내부 스스로 쇄신 키워드를 클릭하고 싶었을 것이다. 혹시 이번 파국이 친박으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은 줄로 알고 '마이웨이식' 큰 그림을 펼치려던 정 원내대표의 '순진한' 믿음과, 여전히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대변해주는 '바지사장'을 원한 친박계의 오만함이 빚어낸 '결과물'이 아닐까.

haeneni@fnnews.com 정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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