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경제순방 성과, 비판보다 격려를

안승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5.22 17:27

수정 2016.05.22 17:27

[특별기고] 경제순방 성과, 비판보다 격려를

'이란 경제성과 371억달러 MOU'라는 문구가 신문 1면을 장식한 것에 이어 박근혜 대통령의 아프리카와 프랑스 경제순방 일정이 다시 화두에 올랐다.

경제순방 성과를 두고 사실이냐 과장이냐며 갑론을박하는 모습에 문득 어린시절 어머니가 아침저녁 부지런히 물을 붓던 콩나물시루가 떠올랐다. 붓자마자 밑동으로 다 빠져나가는 물을 왜 쉴 새 없이 부어야 하나 했는데 그 작은 콩에서 기적 같은 콩나물이 나온 후에야 어머니의 노고에 고개가 끄덕여졌던 기억이 있다. '법적 효력 없는 행위'라며 비하하는 '경제순방 MOU'는 비즈니스에 있어 양 당사자가 잘해볼 의사표시를 문서화시키는 진지한 절차 행위로서 국제 비즈니스의 시작이고 출발이다.

물론 MOU가 당장 비즈니스의 완성을 뜻하진 않지만 이를 통해 우리 기업가들은 계약의 '과정'을 만들어 간다.

양국 기업 간 협업의 시스템을 구축해가고 틀린 문화 간 융합을 위한 대안을 마련해 나간다.
때로는 강하게 밀어붙이고, 가끔은 거래의 힘조절을 하기도 하며 '계약성사'라는 종착역을 향해가는 첫걸음이 이 MOU인 것이다.

과정 없는 국제거래가 있을 수 없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일이다. MOU 없이 운이 좋아 그 자리에서 371억달러 본계약을 맺었더라면 아마 순서를 무시한 행위라고 힐난하지 않았을까. 이런 차원에서 이란 경제사절단에 대한 맹목적인 비난에 서운한 마음을 숨길 수가 없다.

현재 여러 나라를 순방하며 진행 중인 경제사절단의 참여자 대부분은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들이다. 오지를 돌며 녹록지 않은 경비와 에너지를 쏟으며 우리 중소기업들이 의미 없는 MOU에 환호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또 정부가 나서서 '공신력'이라는 푯말을 내걸어 주지 않는다면 일개 중소기업의 이름으로 한자리에 그 나라 주요 기업들을 불러모아 시간과 에너지를 집약한 비즈니스 미팅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 중소기업들은 내수시장의 한계를 벗어던지고 해외로 진출해 보려던 막연한 계획을 정부가 깔아준 '일대일 비즈니스 미팅'이라는 판에서 우리에게 반응하는 글로벌 바이어들에게 '상품'을 소개하고 글로벌 진출에 대한 '희망'을 선급받아 올 수 있었다. 이리 뛰고 저리 뛰는 기업인들, 컵라면과 군것질용 소시지로 끼니를 때우며 기업을 도우려고 현장조사와 안전점검에 잠 못자는 정부관계자들, 구석구석 틈을 내어 구겨진 소파에서 쪽잠을 청하는 유관기관 담당자들의 행색은 맨해튼의 노숙자를 방불케한다. 정부의 진심어린 노고에 가슴 뭉클했고 이것이 우리가 경제순방에서 직접 눈으로 확인한 대한민국의 협조이며 공존이었다.

콩나물이 한번 길러진 것을 체험한 사람은 콩나물시루에서 희망의 눈을 떼지 못하는 것처럼 경제순방의 성과가 대한민국 미래의 희망이 될 수 있도록 격려해주기를 중소기업 참가자의 일원으로 기원해본다.


자원 하나 없는 나라, 내수시장이 한계에 다다른 우리에게 경제순방은 한 번의 행사가 아닌 한 줄의 역사로 이어져야 한다. 평가는 나중이라도 충분하다.


허소영 ㈜케이디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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