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현장르포] 메콩강의 새 전략적 요충지 '캄보디아 21번 국도 공사현장'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5.22 18:16

수정 2016.05.22 22:17

韓, 도로 개보수 8154억 지원.. 메콩경제권 진출 길 닦는다
제로금리 가까운 저금리, 유상원조 중 네번째 규모
캄보디아 총리, 감사 표명
[현장르포] 메콩강의 새 전략적 요충지 '캄보디아 21번 국도 공사현장'

【 프놈펜(캄보디아)=조은효 기자】 5월 중순인데도 오전 10시가 조금 지난 시간 프놈펜 현지 기온은 이미 34도를 넘어섰다.

프놈펜에서 동남쪽으로 약 15㎞ 떨어진 곳에서 시작되는 칸달주 타크마우시 21번 국도 개보수 현장. 인근 초등학교에서 갓 빠져나온 듯한 갸냘픈 체구의 한 남자아이가 뒤엉킨 채 달리는 화물차들 옆으로 아슬아슬 걸어갔다. 아이는 집에서 점심밥을 챙겨먹고 중앙선도 그려지지 않은 패고 파손된 위험천만한 이 자갈길을 걸어 다시 학교에 가야 한다. 인도는 고사하고 가드레일 같은 안전장치도 물론 없었다. 캄보디아 서민들의 고된 삶들이 길 따라 펼쳐졌다.

이 21번 국도(총 연장 55㎞)약 5~10㎞마다 꾸려진 도로 개보수 현장의 체감기온은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지열로 오전 11시쯤 되자 이미 40도에 육박했다.
폭염 속에서도 한국인 공사 담당자들과 캄보디아 현지 근로자들은 묵묵히 공사를 진행했다. 21번 국도는 캄보디아 프놈펜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총 7개로 구성된 메인 국도 중 하나인 2번 국도의 첫번째 지선이라는 뜻이다. 이 도로의 종착지는 인도차이나반도의 엔진으로 불리는 베트남 남부다. 캄보디아에서 베트남 국경까지 잇는 최단기 노선이나 현재는 60㎞를 가는 데 2시간이 걸릴 정도로 열악하다. 특히 지난 2000년 대홍수 사태 이후 도로, 교량의 파손 정도가 심각해졌다는 게 캄보디아 정부의 설명이다.

캄보디아에 먼저 손을 내민 건 한국 정부다. 한국 정부는 21번 국도 도로 개보수 사업을 비롯해 캄보디아 수출입은행을 통해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유상원조)으로 총 6억8770만달러(약 8154억원)를 지원했다. 사실상 제로금리에 가까운 저리의 자금이다. 이 같은 유상원조 지원 규모는 전체 53개 수원국 중 네 번째로 많은 액수다. 이 21번 도로 사업에만 5250만달러가 지원됐다. 공사는 캄보디아 정부의 입찰을 거쳐 한국 건설업체인 한신공영이 수행 중이다. 2차선 도로를 확장하고, 메콩 지류를 잇는 42개 교량을 새로 놓게 된다. 캄보디아 훈센 총리는 지난 3월 28일 착공식에 참석해 한국 정부가 3번, 2번 등 캄보디아 남부지역 도로 개보수 공사를 적극 지원해줬다며 감사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내년 10월 준공식과 함께 새 길로 재탄생하게 되면 캄보디아와 베트남 간 교역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캄보디아 남부 국경지역의 개발 소외지역인 칸달주 사앙과 코톰 지역 주민의 삶의 질도 일정부분 나아지지 않겠느냐는 게 현지 공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캄보디아 공공사업교통부(WPMT)에서 파견된 군본 툰 공사프로젝트 매니저는 "21번 국도 개선사업이 완공되면 캄보디아와 베트남 간 교통량은 현재의 2배인 하루 6000~7000대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감리책임자인 다산컨설턴트 조찬수 소장은 "기후여건이 나쁘지만 이 도로가 향후 캄보디아 경제발전에 교두보가 될 것이라 믿고 일한다"고 말했다.

캄보디아는 과거 1970년대 후반 크메르루주 정권하에서 당시 인구 800만명 가운데 200만명이 학살 당하고 오랜 내전을 겪는 등 정치적으로 격동의 시기를 보냈다. 부존자원이 마땅치 않은데다 인구 역시 1억명에 육박한 베트남에 비해 훨씬 적은 1500만명에 불과하다. 자연히 주변국에 비해 경제발전에서 뒤처졌다.
그러나 최근엔 미얀마와 함께 인도차이나 반도의 지리적, 전략적 요충지로 떠오르고 있어 원조를 주겠다는 측에서도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캄보디아 정부 역시 이를 적절히 활용하면서 메콩경제권의 중심으로 부상하겠다는 속내를 감추지 않고 있다.
김원진 주캄보디아 대사는 "일본은 베트남과 태국 등 캄보디아 양옆의 생산기지를 잇기 위해 전략적으로 동쪽에서 서쪽으로 캄보디아 도로망을 재정비하고 있으며, 중국은 해상으로 나가는 또 다른 관문을 만들기 위해 북에서 남으로 인프라를 놓아주고 있다"면서 "한국도 그간 캄보디아 남부지역 도로사업, 베트남 남부 개발사업과 연계해 항만 개발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hcho@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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