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말만 요란했던 핀테크 활성화


지난해 9월 10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비롯한 금융당국 관계자와 국내 주요 은행장들이 경기 고양 일산 KB연수원으로 집결했다. 이날 행사의 타이틀은 '핀테크 1박2일'. 당시 금융권의 이슈로 떠오른 핀테크산업 발전을 위해 금융권과 정보기술(IT) 기업의 소통을 위한 자리로 마련된 것이었다. 이 자리에서 임 위원장은 직접 "핀테크 중매쟁이가 되겠다"며 핀테크산업 발전을 독려했다.

국내 주요 은행.카드사 대표이사(CEO)와 핀테크기업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한 이날 행사에선 금융회사들의 발표도 이어졌다. 그간의 핀테크기업과 제휴 경과, 향후 계획을 금융회사별로 공개하는 시간이었다. 발표는 'A은행이 B핀테크기업과 제휴를 맺어 C서비스를 개발하겠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정부는 핀테크 데모데이를 통해 금융사가 핀테크기업과 제휴하도록 독려해온 참이었다.

각 은행 대표로 나선 발표자들은 금융회사 CEO와 금융당국 관계자 앞에서 새로운 핀테크기술을 3개월 내, 늦어도 5개월 내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경쟁적으로 내놨다.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서비스를 과연 단기간에 내놓을 수 있을까'란 의심이 들 정도였다. 대다수 은행이 제시한 날짜는 지난해 12월에서 올해 초였다.

당시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블록체인을 활용한 외화송금 서비스를 올해 3월까지 상용화하겠다고 밝혔던 신한은행, 화상전화를 통한 본인확인 기술을 지난해 12월까지 시범 운영하겠다고 했던 KB국민은행 등은 지금까지 당시 발표했던 서비스를 내놓지 못한 상태다.

올해 초 얼굴인식 서비스와 홍체인식 기술을 각각 도입한 KEB하나은행과 IBK기업은행도 지난해 9월 제시했던 '데드라인'을 한참 지난 시점에서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에 대해 은행들은 "처음 개발하는 기술이다보니 도입 단계에서 늦어지고 있다"는 설명을 내놓는다.

금융당국과 업계 CEO들이 모인 자리에서 당당히 계획을 제시했던 은행들의 모습은 없었다.
금융당국 역시 "당시 제시했던 방향대로 가고 있고, 시차는 있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새로운 기술 출시경쟁에 무리한 일정을 공식화한 은행들의 모습은 다소 실망스럽다. 무리한 타이틀 경쟁이 '지키지 못할 약속'으로 이어지면서 오히려 잃을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해봐야 할 때다.

longss@fnnews.com 성초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