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지주사 무산된 거래소 후속 행보


"입법 과정에서 한국거래소의 가치를 훼손할 수 있는 무리한 요구들을 수용하면서까지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할 수는 없었다."

거래소의 지주회사 전환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최근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폐기되자 최경수 거래소 이사장이 거래소 내부 게시판에 남긴 말이다.

19대 마지막 본회의에서도 정무위원회조차 통과하지 못하면서 거래소 지주사 전환 숙원은 20대 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당초 지난해 이 법안이 처음 발의됐을 때만 해도 법안이 통과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거래소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라는 명분과 금융당국의 강력한 추진 의지가 맞물리며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거래소 지주회사 시대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막판에 불거진 '거래소 지주회사의 본사는 부산'이라는 변수가 결국 끝끝내 발목을 잡았다.

처음 부산 이슈가 나타났을 때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십성 이슈로 판단했다. 개정안에 지주회사 본사 위치를 명시하는 부문은 법안의 취지와는 동떨어진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작은 스노볼은 4·13 총선과 맞물리면서 거대한 눈덩이가 돼 돌아왔다.

일단 법안 통과를 반대하던 더불어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했지만 부산지역 의석이 5석이나 되는 만큼 20대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도 남아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문제는 당장 이 다음이다. 그동안 금융당국과 거래소는 '지금이 골든타임'이라면서 거래소 지주사 전환이 늦춰지면 안된다면서 정치권을 압박했다. 하지만 현실은 결국 지주사 전환 실패로 돌아갔으니 이제는 놓쳐버린 골든타임의 후폭풍을 걱정해야 한다.

자본시장이 거래소의 지주사 전환 실패에도 불구하고 잘나가도 문제이고, 그렇다고 전혀 개선되지 않는다면 그것대로 문제다.
지주사 전환 무산에 따른 '플랜B'를 함부로 꺼내놓을 수도 없다. 당장 20대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자칫 거래소의 지주사 전환 포기로 비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진퇴양난에 빠진 거래소가 지주사 전환 실패에 따라 어떤 후속 행보를 보일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