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초록마녀의 '비밀' 풀렸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5.23 18:23

수정 2016.05.23 18:23

2년만에 돌아온 뮤지컬 '위키드' 무대 백스테이지 투어
안현주 의상 슈퍼바이저가 뮤지컬 '위키드'의 핵심 의상으로 꼽히는 글린다의 버블 드레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안현주 의상 슈퍼바이저가 뮤지컬 '위키드'의 핵심 의상으로 꼽히는 글린다의 버블 드레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대구=이다해 기자】 "먼저 '위키드'의 상징인 타임드래곤의 인사가 있겠습니다."

무대 위쪽에서 12.4m의 날개를 펼친 용이 머리를 이리저리 흔들더니 금방이라도 객석을 덮칠 듯 위세를 떨친다. 실제 공연도 타임드래곤의 포효와 함께 시작된다. 크고 작은 톱니바퀴와 나사가 맞물려 돌아가는 시계 형태의 무대 장치는 바로 타임드래곤의 시계. 시간을 돌려 관객들을 '오즈'로 안내한다는 콘셉트다.
'타임드래곤'은 관객에게 작동원리가 공개되는 유일한 무대장치이기도 하다. 암전 상태지만 무대 꼭대기에서 타임드래곤에 연결된 여러 겹의 줄을 당기는 무대 스태프가 분명히 보인다. 95% 이상 오토메이션 작동으로 마법같은 무대가 연출되지만 결국 인간의 작품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했다.

2년만에 돌아온 뮤지컬 '위키드' 공연이 열리고 있는 대구 계명아트센터에서 20일 공연 전 서정민 무대감독의 진행으로 백스테이지 투어가 열렸다. '위키드'는 익히 알고있는 동화 '오즈의 마법사'와 같은 선상에서 초록마녀 엘파바와 금발마녀 글린다의 숨겨진 진실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다. 참신한 발상의 스토리와 킬링 넘버, 화려한 무대 등으로 2013년 라이선스 초연 당시 관객 33만명을 동원하며 국내에 '초록마녀 열풍'을 일으켰다.

무대 전환만 54번, 조명 감독이 주는 큐 사인이 무려 594번. 환상적인 무대 뒤에는 그만큼 까다로운 작업이 뒤따르기 마련이었다. 무대의 상수(객석에서 오른쪽)와 하수(왼쪽)에는 글린다와 엘파바의 침대부터 무선 리모컨으로 조종되는 네사로즈의 휠체어, 학교 칠판 등 다양한 무대 장치와 소품들이 빼곡히 '파킹(parking)'돼 있었다.

마술의 비밀을 알고 보면 재미가 없듯이 구체적인 작동 원리는 비밀이다. 특히 초록마녀 엘파바가 '위키드'의 가장 유명한 넘버인 '중력을 벗어나(Defying Gravity)'를 부르며 비상하는 장면의 원리는 '톱 시크릿'이다. 다만 이날은 그 비밀스런 무대 장치를 눈으로 볼 수는 있었다. 1막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하는 '능력자'이지만 외형은 평범한 박스 형태로 다른 장치나 소품들보다 특별할 게 없었다.

서 감독은 "무대 바닥에 레일이 5개가 있어서 스태프가 큐사인에 맞춰 세트를 옮기면 레일부터는 자동으로 움직이는 시스템이다. 오토메이션이지만 무대 스태프가 100명 가까이 된다"고 설명했다.

백스테이지 중앙에는 출연진들이 재빠르게 의상을 갈아입을 수 있도록 350여벌의 옷이 세팅돼 있다. 총 40억원 상당의 가치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역시 글린다의 버블 드레스. 아홉가지 원단을 섞어 만들었으며 비즈 장식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붙이는 데만 한 달이 넘게 걸렸다. 무게도 20㎏이나 나간다. 안현주 의상 슈퍼바이저는 "소재는 가볍지만 9~10겹의 원단이 겹쳐있고 둥근 형태를 유지하기 위한 플라스틱 틀이 들어가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비싼 의상은 의외로 마법 학교의 모리블 학장이 입는 붉은색 드레스다. 안 슈퍼바이저는 "'위키드'의 오리지널 의상 디자이너 수잔 힐퍼티가 가장 애정을 가지고 제일 비싼 원단을 사용해 만들었다"고 했다. 가격은 약 3000만원. 엘파바가 2막에 입는 검은색 드레스도 대표적인 의상이다. "지구의 지층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이 작품은 여러가지 원단이 무려 360겹으로 디자인됐다.

이날 공연에서 엘파바와 글린다를 각각 맡은 차지연과 정선아는 이 의상들을 입고 완벽한 마녀로 변신했다.
특히 이번에 새롭게 캐스팅된 차지연은 172㎝의 큰 키에 긴 팔다리로 외모부터 초록마녀 그 자체였다. 특유의 힘있는 고음과 카리스마 있는 연기도 돋보였다.
'위키드'는 6월 19일까지 대구 계명아트센터 공연을 거쳐 7월 12일∼8월 28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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