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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20대 국회, 잘못된 제도 고칠 적기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5.24 17:13

수정 2016.05.24 17:13

[여의나루] 20대 국회, 잘못된 제도 고칠 적기

이제 곧 20대 국회가 시작된다. 19대 국회는 가장 일 안한 국회로 평가될 것이다. 19대 국회 중 법안이 1만7822건이 접수됐으나 법안 심의가 제대로 되지 않아 19대 국회 종료와 함께 폐기되는 법안이 1만188건이다. 정부가 경제활성화를 위해 추진한 노동개혁법, 서비스관련법 등도 자동 폐기된다.

요즈음 세상은 인공지능, 로봇, 드론, 사물인터넷(IoT) 등 기술 발전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국회가 여건 변화에 맞추어 법령 개정 등을 신속히 해주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회는 그동안 정쟁만 일삼고 문제해결은 못하는 비생산적인 국회가 되었다.

국회가 비생산적으로 된 이유 중에 하나는 선진화법과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의 월권행위라고 한다. 과거에 국회에서 여당이 어떤 법안을 의결하려 할 때 야당이 물리적으로 표결을 못하게 해 몸싸움이 많이 일어났다. 국민들은 국회의원들 "제발 싸움하지 말라"고 여야 모두를 비난했다. 따라서 무리하게 표결을 시도하지 못하도록 국회의원 60% 이상의 동의가 없으면 직권상정 자체를 못하도록 했다. 따라서 여당이라도 의원 정수의 60% 이상을 차지하지 못하면 직권상정을 못하게 돼 그 결과 몸싸움은 없어졌다. 그러나 야당이 반대하는 한 아무 일도 못하게 되었다. 정부.여당이 추진하던 각종 개혁법안도 선진화법 때문에 무산됐다.

법사위 월권행위도 심각한 문제이다. 모든 법률은 원칙적으로 법사위 심의를 거치도록 돼있다. 법사위 심의를 의무화한 취지는 각종 법률이 법 체계에 맞는지, 법률 상호 간 충돌은 없는지 등을 법사위에서 심의토록 한 것이다. 정부 각 부처의 법안들을 법제처 심의를 거치도록 한 것과 같다. 그러나 실제로는 법 체계, 자구 수정 등과 무관한 정책적 판단에 대해서도 법사위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심의.의결을 거부하고 있다. 예컨대 세법개정안의 경우 세율에 대해 법사위가 심의하는 것이다. 세율 결정은 기획재정위 소관이며 법 체계 등과 관련이 없는 한 법사위 권한이 아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법사위가 법률 내용까지 심의하고 있다. 따라서 소관 상임위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된 법률이 법사위에서 통과 안되는 경우가 많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관례상 법사위원장은 야당이 맡고 있는데 위원장이 반대해 많은 법안이 법사위 심의과정에서 보류되었다. 법사위의 월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다른 상임위 위원들이 개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위의 두 가지 문제는 언론과 많은 전문가가 지적했고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은 현재의 제도가 야당에 유리해 고치는 것을 야당이 반대하기 때문이다. 즉 선진화법으로 인해 야당의 동의 없이는 어떤 법안도 처리하지 못한다. 법사위원장을 관례상 야당이 맡으면서 법사위 심의 권한을 활용해 모든 법안의 심의를 지연 또는 봉쇄할 수 있다.

20대 국회는 이와 같은 잘못된 제도를 고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야당이 전체 의원의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으므로 여당의 일방적인 입법 추진을 염려할 필요가 없어졌다. 선진화법이 없어도 여당을 견제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법사위 월권 문제도 그동안 관례대로라면 법사위원장은 새누리당 몫이므로 야당이 이를 활용할 수 없게 되었다. 야당이 법사위의 월권행위를 고집할 이유가 없어졌다.

문제는 새누리당이다. 지금까지 새누리당은 선진화법과 법사위 월권행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제 여소야대가 됐다고 선진화법과 법사위 월권행위를 지속시켜야 한다면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이다.
아울러 영원히 여당 되기를 포기한 정당이다. 경제활성화, 사회안전망 강화 등 국회가 할 일이 많다.
20대 국회는 선진화법과 법사위 월권행위를 반드시 고쳐 생산적인 국회가 되기를 바란다.

최종찬 국가경영전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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