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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안 듣는 '아롱이'에게 화내고 나오셨나요?

오충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5.25 08:16

수정 2016.05.25 08:16

사진출처 :-ⓒGettyimages/이매진스
사진출처 :-ⓒGettyimages/이매진스

"당신은 반려견에게 믿음직한 주인인가요?"

반려견이 주인 명령을 잘 듣지 않는다면 주인의 표정이나 태도에 문제가 있을 확률이 높다. 반려견을 잘 다루는 데에는 주인의 감정 조절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주인이 화를 잘 내면 개는 주인을 믿지 못해서 지시에도 반응이 없거나 느리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브리검 영 대학교(Brigham Young University) 심리학 교수 로스 플롬(Ross Flom) 연구팀은 '감정 정보가 개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 '동물인식'저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인간 감정에 대한 개의 반응을 알아보기 위해 실험을 시행했다. 우선 실험자들이 개에게 전달할 감정을 긍정적인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으로 나눴다.
긍정적인 감정이란 개에게 높은 톤의 목소리로 웃으면서 "좋아. 훌륭해"라고 말하는 것이다. 반면 부정적인 감정이란 낮은 톤의 목소리로 화난 표정을 지으며 "끔찍하군!"이라며 말하는 것이다.

시험은 이 두 가지 감정으로 개를 대했을 때 개들의 행동을 비교해 보는 것이다. 각 실험자는 개에게 눈을 맞추고 5초 동안 자신이 맡은 감정을 표현한다. 이후 미리 준비한 뚜껑 덮인 두 종류의 개밥그릇 중 임의대로 하나를 가리키며 먹으라고 개에게 지시한다.

하나는 진짜 먹이가 있고 다른 하나는 냄새만 나게 해 놓은 빈 개밥그릇이다. 그리고 개들이 얼마만큼의 시간 동안 고민하고 자신이 먹을 개밥그릇을 결정하는지도 측정했다.

이 실험은 개들이 먹이를 찾는 데에 두 가지 종류의 단서로 판단하게 한다. 물리적 요인(후각, 시각적 지시)과 감정적 요인(인간에게 받은)이 어떻게 개의 행동에 작용하는지에 대한 실험이다.

실험 결과를 분석한 결과, 부정적인 감정을 전달받은 개들은 특징이 있었다. 개밥그릇을 선택하는 데 머뭇거리며 상대적으로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이다.

그리고 빈 개밥그릇을 먹으라고 지시받았을 경우는 아예 아무런 선택도 하지 않았다. 자신의 후각 능력으로 진짜 개밥그릇을 찾는 일조차 포기해 버린 것이다. 그런데 진짜 먹이가 담긴 개밥그릇을 선택하라고 지시받은 경우는 그대로 따라서 먹이를 먹었다.

전문가들은 개의 행동은 물리적인 요인(후각, 시각적 지시)과 함께 인간에게 받은 감정까지 포함한 복합적인 작용의 결과라고 결론 내렸다. 개는 어느 하나만 가지고 판단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위 실험에서 개는 화내는 사람이 진짜 먹이가 담긴 개밥그릇을 먹으라고 지시했을 경우 자신의 후각능력에 따라 판단해 그의 지시를 따랐다. 다만 신뢰할만한 사람이 아니어서 결정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을 뿐이다.


한편, 로스 플롬(Ross Flom) 연구팀의 이 실험은 23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이 인용해 보도했다.

ohcm@fnnews.com 오충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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