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창업 한번 실패하면 끝.. 신불자 낙인에 재도전 좌절

김아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5.25 18:01

수정 2016.05.25 19:19

재창업 97%가 1년뒤 생존.. 신생업체는 60%도 안돼
한번 파산 하면 죄인 취급.. 벤처인증 심사조차 안해
중기청, 새 평가제도 도입.. 패자부활 쉽도록 돕기로
해외에 비해 국내에서 창업이 적은 이유가 실패하면 재도전하기 어려운 현실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재도전 환경 전환이 시급한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정부의 창업 재도전 정책은 현실적으로 장벽이 많아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25일 관련업계와 당국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창업실패자는 재창업이 원칙적으로 가로막혀 있어 재도전이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해 중소기업청과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재도전 기업의 1년 후 생존율은 97.2%, 5년 후 생존율은 73.3%에 달했으나 신생업체의 1년 후 생존율은 59.8%, 5년 후 생존율은 30.9%로 재창업 지원이 신규 창업보다 바람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재창업과 관련한 법·제도가 미흡하고 마련된 제도조차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어 문제다.


■'신용불량자' 주홍글씨

국내에서 재도전 기업인에게 가장 큰 어려움은 '신용불량자'란 꼬리표다. 재창업을 하고 싶어도 정책자금 신청 시 개인회생, 공공정보기록(세금체납)자 등은 신청자격이 없다. 회생절차를 졸업하더라도 국책 금융기관조차 추가 신용 제공을 하지 않고 법정관리를 졸업하게 되는 기업의 신용도가 오히려 떨어진다. 과거에 벤처패자부활제, 재창업자금지원제도, 재창업지원위원회 등의 정책을 추진해왔으나 성과는 미미한 상황이다.

지난해 개인파산을 거치고 최근 새로운 기업을 창업해서 재도전하는 A중소기업 대표는 "보증기관은 파산 당시 나를 죄인 취급했다"면서 "연대보증 책임은 통감하지만 출자전환을 시도할 때도 극렬하게 반대했고, 개인파산 선고 시점에 보증기관에서 재판장에 사람을 보내서 면책에 동의할 수 없다며 벼랑으로 내몰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어 "개인파산 이후에 재창업을 하고 도전하기 위해 다른 회사를 들어가도 내가 관여돼 있다는 이유만으로 벤처인증 심사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채권자에게 막대한 자금을 상환하지 못한 책임은 있지만 이 나라에서 더 이상 기업인으로 살아갈 수 없는 건가 회의가 든다"고 토로했다.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은 "기업의 채무가 출자전환돼 기업의 채무가 사라져도 연대보증인인 기업인에게는 채무가 남아 있는 소위 채무 부종성 부정은 기업가정신을 완전히 무시하는 제도"라면서 "500억원의 부채를 주식으로 출자전환해 1500억원에 매각한 보증기관은 1000억원의 수익을 얻었음에도 추가로 연대보증인에게 500억원을 청구하는 등 금융기관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재도전 컨트롤타워 만들어야

중소기업청은 오는 7월부터는 재기 기업인에 대한 '성실경영 평가제도'를 도입해 재창업자가 실패한 기업을 분식회계, 고의부도, 부당해고 등이 없이 성실하게 경영했는지를 평가한 뒤 옥석을 가려 지원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실패 기업인의 긴급자금 마련을 위한 금융지원과 별도의 통합부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성녹영 중기청 재도전성장과 과장은 "과거 폐자부활제도는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 어려웠는데 성실경영 평가제도를 통해 큰 범죄를 저지른 것이 아니면 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할 것"이라면서 "재도전 기업인에 대한 정부와 관련기관의 인식 개선도 중요한데 중기청뿐 아니라 관계된 다른 분야 사람들도 다 모여서 하나의 컨트롤타워 아래서 이를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유희숙 한국재도전중소기업협회 회장은 "재도전과 관련한 통합부처를 통해 일관되게 이뤄나가야 한다"면서 "폐업하면서부터 바로 재창업을 하려면 생계 해결이 어려운데 현재 있는 제도인 노란우산공제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크라우드펀딩을 추진해서 성공시킨 사례도 있는 만큼 재도전 전용 파생금융상품을 만드는 등 하나의 대안금융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true@fnnews.com 김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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