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동물간호사 제도 도입 신중해야

경제재건 시기인 1966년 정부는 외화가득을 위해 독일에 간호사를 파견하고자 간호조무사 제도를 도입했다.이어 1967년부터 단기양성된 간호조무사들은 독일로 파견돼 외화를 벌어들였다. 이들은 국내에서도 당시 부족한 간호인력을 대체했다. 그러다 1973년 간호조무사 양성업무가 국가에서 민간으로 이양됐고, 간호조모사에게 진료 보조 역활을 주면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간의 갈등이 표면화됐다. 이렇다 보니 중소병원과 의원급에서는 간호사 대신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저렴한 간호조무사를 선호하면서 갈등의 골은 더욱 심화됐다.

이와 흡사한 갈등이 최근 수의업계에서 재연되고 있다. 정부가 동물간호사 제도 도입을 추진하자 수의사업계가 반발하는 것이다. 동물간호사는 수의사의 보조인력에게 '간호사' 자격을 줘서 주사와 채혈 등 기초 진료행위를 할 수 있게 해주는 제도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3월부터 도입계획을 밝혔다. 이어 지난 18일에는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정식 보고되면서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정부는 미국처럼 동물간호사제를 도입하면 1만3000명의 고용이 창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수의업계가 들고 일어났다. 현행 수의사법에 따라 수의사가 아닌 보조인력이 채혈이나 X선 촬영 등을 하면 불법행위가 된다. 하지만 동물간호사 제도 도입으로 반려동물 자가진료에 대한 제한 없이 동물간호사에게 이를 맡긴다면 불법진료나 동물학대적 자가진료라는 편법이 활개를 친다는 게 수의업계의 반대 이유다. 더 나아가 이 제도가 도입되면 대형 동물병원이 수의사보다는 인건비가 싼 동물간호사를 채용해 소형 동물병원에 타격을 주고, 수의사 일자리도 줄어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가파르게 성장하는 반려동물산업을 감안할 때 동물간호사제 도입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런 점에서 수의업계의 반발은 '밥그릇 챙기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간호사·간호조무사 간 갈등을 견줘보면 수의업계의 지적을 단순히 밥그릇 챙기기로 치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당국은 동물간호사 제도 도입에 앞서 수의업계의 목소리를 들어봐야 한다. 그래야 '제2의 간호사·간호조무사 갈등'을 막을 수 있다.

hsk@fnnews.com 홍석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