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차장칼럼] 롯데홈쇼핑 '이중처벌' 논란

김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5.29 17:26

수정 2016.05.29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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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롯데홈쇼핑 '이중처벌' 논란

중국의 성인 맹자는 농번기에 농민 한 명을 징용하지 않으면 일가족 여덟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다고 군주들에게 '왕도(王道)'를 가르쳤다. 전쟁 기간이라도 모내기 철이나 추수 시즌에는 농민의 징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상인의 경우라면 장이 열리는 기간에는 최소한 장사를 하도록 보장해줘야 한다는 말로 해석할 수도 있겠다. 맹자의 가르침은 군인 징용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백성의 생계'라는 점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오늘날의 정책담당자, 더 나아가 최고지도자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지난주 임직원 납품비리를 이유로 롯데홈쇼핑에 대해 프라임타임에 6개월간의 영업정지 처분을 내린 것을 놓고 유통업계가 시끄럽다. TV홈쇼핑 업체에서 프라임타임은 시청률이 집중돼 하루 중 최고의 매출이 나오는 황금시간대인 오전.오후 각각 8시부터 11시까지를 말한다.
홈쇼핑업체에서 프라임타임 영업정지는 음식점으로 치면 점심과 저녁시간대에 음식을 팔지 말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사실상 영업을 하지 말라는 셈이다. 롯데홈쇼핑 측은 6개월 동안 프라임타임 TV방송을 못하면 취급액 기준으로 최소 5000억원 이상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롯데홈쇼핑에 제품을 납품하는 협력사들이다. 이들은 6개월이라는 영업정지기간에 제품을 제대로 팔지 못해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번 미래부의 조치를 놓고 당사자인 롯데홈쇼핑은 '이중처벌'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이번 영업중단 조치의 발단이 된 임직원 비리에 대해 지난해 충분한 처벌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납품비리로 인해 당시 대표이사를 비롯한 롯데홈쇼핑 임직원 7명이 형사처벌됐다. 상품기획자(MD) 3명도 처벌을 받았다. 롯데홈쇼핑에 대한 징계는 개인에 대한 처벌에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 미래부의 롯데홈쇼핑 재승인 심사에서 임직원 납품비리 혐의로 재승인 유효기간을 당초 5년에서 3년으로 깎였다. 그마저도 향후 같은 사건으로 추가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승인을 무효로 한다는 내용의 조건부 승인이었다.

하지만 미래부는 감사원으로부터 롯데홈쇼핑 재승인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자 이번엔 6개월 영업정지라는 초강력 징계를 추가로 내린 것이다. 롯데홈쇼핑은 이번 조치와 관련해 두 가지 문제를 직.간접적으로 지적하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먼저 임직원 납품비리라는 같은 건으로 지난해는 재승인 유효기간 감축과 조건부 승인이라는 징계에 이어 이번에는 영업정지라는 추가징계를 문제 삼았다. 여기에 재승인 과정의 보고누락 건과 관련해서도 법적 처리 등으로 모두 노출된 만큼 미래부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미래부의 이번 처분에 대한 잘잘못은 법정에서 가려질 공산이 크다.
하지만 당국은 처분을 내리기에 앞서서 '이중처벌' 지적과 함께 납품업체들이 입을 막대한 선의의 피해에 대해 진정으로 고민을 했는지 되묻고 싶다. 더구나 왜, 굳이 선의의 피해를 양산하는 영업정지라는 초강경 수단을 동원해야 했는지도 궁금하다.
맹자의 가르침을 곱씹어 볼 일이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생활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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