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지하철 '성범죄 몰카' 3년새 3배 급증

김성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5.30 17:27

수정 2016.05.30 22:41

출근길 여성 몰래 찍어 음란사이트에 버젓이.. 해외 서버 악용 원천차단 쉽지 않아
역내 여성대상 범죄 증가.. 하루 4건 이상이 성범죄
미신고 고려땐 훨씬 많아.. 대중교통 이용에 공포감
지하철 '성범죄 몰카' 3년새 3배 급증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지하철이 여성 출퇴근자들의 공포와 혐오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하철과 역내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촬영기기 발달과 인터넷 이용환경 변화로 촬영 및 유포가 용이해진 몰래카메라(몰카) 범죄가 급증해 지하철을 이용하는 여성들 공포감이 상당하다.

단속 및 관련법망을 피해 누구나 쉽게 접속할 수 있는 음란사이트에는 오늘도 이름 모를 여성들의 사진이 게시.유포되고 있다.(참조기사 : '소라넷 폐쇄' 풍선효과? 당국 비웃듯 유사 음란사이트 기승)

■지하철 성범죄, 지난해에 1519건

30일 경찰청에 따르면 서울을 비롯한 전국 지하철 내 성폭력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 2012년 700건에 불과하던 것이 2015년 1519건으로 3년 만에 2배 이상 급증했다.
지하철에서만 하루 4건 이상의 성범죄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카메라 등을 이용해 타인의 신체를 촬영한 몰카 범죄는 2012년 229건에서 2015년 731건으로 상승폭이 뚜렷했다. 몰카의 경우 피해자가 자신이 찍혔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고 알았다 해도 성범죄 특성상 신고.상담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제한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범죄발생은 더욱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몰카 범죄가 이처럼 늘어난 데는 몰래 촬영한 사진을 공공연히 게시하고 유포하는 음란사이트의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당수 불법 음란사이트에서는 '몰카' '일반인 은꼴(은근히 야한 사진을 가리키는 속어)' 등의 게시판을 따로 둬 이용자에게 직접 촬영한 사진을 게시하고 공유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이들 사이트에서는 상당수 이용자들이 직접 촬영한 사진을 게시하고 있고 게시물 당 클릭이 수만에서 수십만에 이른다. 이들 사이트 대부분은 해외에 서버를 두고 당국의 차단망을 피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문제는 지하철 성범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혼잡한 출퇴근 시간대에 주로 발생하는 성추행의 경우 증거가 남지 않아 현장을 잡지 않으면 범죄사실을 입증하기가 어렵다.

몰카도 촬영자의 카메라에 증거가 남게 되지만 이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은 형편이다. 일부 온라인 음란사이트에서는 스마트폰 저장칩(sdcard)을 2개 넣어 다니면서 촬영사실이 들킬 경우 하나를 제거하라는 팁이 공유되기도 한다. 지난 2일 지하철 역무원으로 일하던 A씨가 역내 여자화장실에서 몰카를 찍은 뒤 항의하는 피해자에게 저장칩을 뺀 휴대폰을 보여주며 결백을 주장한 사례도 있었다. 동종 전과가 있었던 A씨 범행은 경찰이 법원의 영장을 받아 주거지 압수수색을 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여성에게 안전한 공간돼야

지하철은 대표적인 성추행 발생장소 가운데 하나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3년 성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추행을 경험한 여성의 71.4%가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시설에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응답했다. 전체 조사대상 가운데 10.2%가 평생 한 차례 이상 성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한 것과 연관시켜보면 전체 여성의 7.28%가 대중교통시설에서 성추행을 경험했다는 뜻이 된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여성은 성폭력을 당했을 때 자리를 옮기거나 도망치는 경우가 59.4%로 가장 높았다. 그냥 있었다는 응답이 27.1%로 뒤를 이었다. 누군가에게 피해사실을 알린 경우는 전체의 35.3%였다. 경찰에 도움을 요청한 건 1.1%에 불과했다.
지하철 성범죄 발생 통계가 빙산의 일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몰카를 비롯한 지하철 성범죄의 범람은 지하철이라는 대중적 공간을 혐오의 전장으로 전락시킬 위험을 안고 있다.
이모씨(25.여)는 "가벼운 성추행이라도 한 번 경험한 사람은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는다"며 "대중교통인 지하철이 여성들에게 안전한 공간으로 인식되지 않는다면 진정한 의미에서 남녀평등사회가 이뤄졌다고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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