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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해도, 안해도 그만인 작품에는 손이 안가요"

조윤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6.08 17:45

수정 2016.06.08 22:01

영화 '특별수사'로 돌아온 연기 21년차 배우 김명민
"나태함은 연기하는데 毒"
사진=김범석 기자
사진=김범석 기자

"육체적으로 너무 힘든 장면을 찍고 나니 만감이 교차했다. 감독과의 관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더라."(웃음)

낮은 바리톤에 연극 무대에서 다져진 듯한 딱 떨어지는 발음. 한없이 묵직할 것만 같았던 배우 김명민(사진)의 이미지가 사정없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김명민은 영화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16일 개봉)에서 맡은 안하무인에 속물 법률사무소 사무장 최필재 만큼 능글맞고, 시종일관 유쾌했다.

"실망이 크기 때문에 기대를 원래 잘 안한다. 그런데 기대를 안해서인지 (영화가) 생각보다 잘 나왔더라"고 눙치는가 하면, 흥행 정도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는 "여러분이 생각하는 딱 그 정도"라며 유쾌하게 답을 피해가기도 했다.

메소드 연기의 대가답게 어쩌면 그는 최필재에게서 채 벗어나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불멸의 이순신'(2004년)의 이순신 장군, '하얀 거탑'(2007년)의 천재 외과의사 장준혁, '베토벤 바이러스'(2008년)의 괴짜 마에스트로 강마에, '내사랑 내곁에'(2009년)의 루게릭 환자 백종우, 최근 '육룡이 나르샤'(2015년)의 정도전까지. 매 작품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몰입하는 것으로 유명하니까 말이다. 비록 이번 역할에는 "종아리까지만 담갔다"는 그지만, 그의 연기 철학은 뚜렷했다. "역할을 맡을 때 기본적으로 그 인물의 삶을 전체적으로 상상한다.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나오는 분량은 어느 특정 시점, 1년이나 한 달, 짧게는 하루만에 벌어지는 일들이지만, 그 시점 전후 삶을 모른채 연기하는 것은 모순이다. 캐릭터의 과거, 현재, 미래를 알고 연기를 하는 것과, 그 순간만을 연기하는 것은 다르다는 믿음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도 확고했다. "내가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그런 영화는 이상하게 손이 안간다. 유명 감독에 빵빵한 배급사, 쟁쟁한 출연진 등 누가 봐도 (흥행)보증수표라도 뒤로 미루게 된다"고 털어놨다.

"여러가지 조건이 미지수지만, 나를 너무 필요로 하고 (내가) 할 꺼리가 많은 작품. 이거 하면 고될 것 같기는 한데 그래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중요시하는 편이다. 하고 나서 결과까지 좋다면 더할나위 없지만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게 다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기 21년차를 맞은 것에 대해서도 자랑스럽다기 보다는 "(연륜을) 잊는 게 좋다"며 스스로의 나태함을 경계했다. 그는 "연기라는 것이 삶을 담아내는 것이니 결혼, 출산 등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지만 나머지는 아니다"라며 "어딜가도 이제는 대부분 후배고, 주변에서 대우를 해주다 보면 안주하게 된다.
결국 나태함은 독(毒)"이라고 잘라 말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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