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구의 소비자경제]

기준금리 인하와 서민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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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1.5%에서 1.25%로 낮췄다. 가계나 기업들이 은행에 예금을 하고 대출을 받듯이 은행도 돈이 남거나 부족하면 은행들 간에 예금을 하고 대출을 받는데, 일반 은행들 사이의 금융거래 금리가 콜금리이고, 또한 일반 은행들은 화폐를 공급하는 중앙은행(한국은행)과도 거래를 하게 되는데 일반은행들과 한국은행이 자금거래에 활용하는 7일물 환매조건부채권에 적용되는 금리로 금융통화위원회가 정한 것이 기준금리다.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은행들은 한국은행에서 돈을 꾸는 비용이 줄어들어 시중에 돈이 풀리고 금리도 내려가게 된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시장의 실질금리는 현재의 투자로 미래에 얻을 수 있는 가치를 나타내는 투자의 기대수익률이나 소비자들의 현재소비와 미래소비 사이의 대체율, 소위 시간선호율에 근접할 수밖에 없으므로 기준금리 조정을 통한 통화정책이 실질금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도 있지만, 예금금리의 경우 이미 제로 금리 시대에 들어서고 있는 듯하다. 실제로 어떤 은행은 소액 예금금리를 연 0.01%로 인하한다고 발표했고 거액 정기예금 금리도 연 1%를 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 금리인하는 주식, 부동산 가격 상승을 가져와 소비자들을 부유하게 만들고 저축의욕을 떨어뜨려 소비를 늘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과거 일본의 경우를 보면 금리가 낮아져도 소비 확대에 그다지 효과적이지 못했다. 왜냐하면 소비자들은 이자율이 떨어지면 노후에 대비해 더 많은 자산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더구나 금리가 낮으니 동일한 자산을 모으기 위해 더 많이 저축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 실제 소비는 늘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도 금리인하가 소비에 미치는 영향은 명확하지 않다. 오히려 부동산 가격이나 전세보증금 인상이 소비를 위축시킬 수도 있지만, 12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의 이자비용이 줄어드는 만큼 소비를 증가시키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얼마 전 정치권은 전세의 월세 전환으로 인한 서민가구 부담 경감을 위해 그 전환비율을 5% 수준 이하로 규제할 수 있도록 급히 법 개정까지 했다. 그 효과도 의문이긴 하지만, 기준금리 인하로 임대수익률이 떨어지게 되면 5% 수준도 오히려 시장 임대수익률에 비추어 높은 편이 될 것이다. 임대수익률이 떨어져도 반가운 일이 아니다. 임대료가 낮아진 것이 아니라 금리인하로 돈이 금융시장에서 부동산시장으로 옮겨와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서 임대수익률이 떨어진 것이라 서민생활은 더 퍽퍽해질 수 있다.

그럼에도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하가 시장의 자금 수급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면 논란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기업구조조정 등 경제 어려움을 일시적으로 모면하려는 방편이라면 오히려 서민생활의 어려움만 크게 할 수도 있다. 금리인하에 따른 대출 증가와 이를 통한 경기활성화는 기준금리 인하가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인데, 한편에서는 거시건전성 확보를 위해 금리인하에 따른 가계대출 증가를 막는 대책까지 세워 금융시장에 개입하려 한다면 왜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것인지 의심스럽기도 하다.

yisg@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