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중국 부채 위험 수위인가

올 들어 중국 경제의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지목된 것이 막대한 부채 문제다.

중국 내부에서 문제가 제기됐다기 다는 연초부터 서방의 금융기관들과 외신들이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부채 규모 수치를 연일 확대 발표하면서 우려감을 키우는 양상이다. 하지만 발표 기관마다 수치가 다르고 중국 정부의 공식 발표와도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특히 가장 중요한 중국 정부가 관리 가능한 수준인지에 대해선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해 위기 수준을 가늠하기 힘든게 사실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중국의 부채 규모가 크다는 보도도 있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의 뇌관이나 일본식 장기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그렇지만 지난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6.9%로 '바오치'(保七, 7%대 성장) 시대의 종말을 고하고 중국 정부가 올해 성장 목표를 6.5~7.0%로 낮춘데 이어 강도높은 공급측 개혁을 예고하면서 이 문제가 본격적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공급측 개혁의 핵심은 과잉생산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지만 '좀비기업'의 시장 퇴출까지 포함돼 있어 이들 기업의 부채를 떠안고 있는 금융기관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문제는 그동안 기관들의 발표 수치가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데다 중국의 공식 발표치와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지난해 3·4분기 기준으로 중국의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249%, 같은해 연말 254.8%로 처음으로 세계 최대 부채국인 미국(250.6%)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의 부채가 GDP의 225% 수준이라고 밝혔으며 골드만삭스는 연초에 중국의 지난해 GDP 대비 부채를 216%로 예측했으나 몇 달뒤 270%로 상향 조정했다. 맥쿼리는 중국의 부채규모가 35조달러(약 4경1000조원)로 GDP의 350%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처럼 중국의 부채 규모를 놓고 각기 다른 발표가 나오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중국의 싱크탱크인 중국사회과학원이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사회과학원 국가금융·발전실험실(NIFD) 리양 이사장은 "중국의 부채는 관리 가능한 수준에 있으며 채무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일축했다.

그는 중국의 부채 규모는 지난해 연말 기준 168조4800억위안(약 2경3000조원)으로 GDP의 249% 수준이며 이 중 정부 채무는 중앙과 지방을 합쳐 최대 GDP의 56.8% 수준으로 유럽(60%) 등에 비해 낮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의 국부는 152조5000억위안, 순자산은 28조5000억위안에 이르고 저축률이 50%에 달하는 등 정부가 채무 위기에 대응할 충분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채무 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중국의 비금융 기업 부채율이 156%로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리 이사장은 "비금융 기업 중 65%가 국유기업이며 이들 기업의 채무가 은행과 연관돼 있는데 대부분의 상업은행들도 국유기업이어서 정부 재정에 영향을 미칠수 있다"면서 "비금융 기업과 은행, 재정에 한꺼번에 문제가 발생하면 시스템 위기로 연결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중국식 종합 컨트롤타워인 '소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리 이사장은 "부채 문제는 전면적인 경제 현상이기 때문에 중국 재정부, 1행3회(인민은행, 은행·증권·보험 감독관리위원회),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등이 독립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면서 "이를 위해선 전면적이고 총괄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통일된 기관과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아직 부채 문제를 전담하는 총괄 기구를 설립하지 않았지만 기업부채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인식되면서 필요성이 높아졌다.

아울러 인민은행도 예금자보호와 금융기관의 시장 퇴출제도 수립 등을 전제로 부실 금융기관에 대한 파산과 합병을 용인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움직임은 서방의 금융기관 및 외신들이 우려하는 것보다 내부적으로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BIS가 중국의 부채 문제와 함께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및 비금융 기업부채 비율이 신흥국 중에서 각각 1위, 3위라고 발표해 남의 걱정할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건 지나친 기우일까.

hjkim@fnnews.com 김홍재 베이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