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여의도에서] 실손보험 악순환 막으려면

홍창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6.17 17:36

수정 2016.06.17 17:36

[여의도에서] 실손보험 악순환 막으려면

돛을 올리고 출항했던 배가 어느 정도는 순항을 했다. 가려는 목적지를 향해 적당한 바람도 불어줬다. 하지만 얼마 가지 못해 배는 암초를 만났다. 배가 암초를 극복하고 목적지로 계속 순항할지 아니면 좌초될지 배에 탄 사람들은 궁금해하고 있다.

실손의료보험 이야기다.

실손보험은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 진료항목 등을 보장하는 상품이다.
3200만명 넘게 가입했다. 실손보험이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이유다.

올 들어 실손보험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실손보험 손해율(지급한 보험금/거둬들인 보험료)을 감당하지 못한 보험사들이 실손보험료를 20% 이상 올리면서다.

실손보험 손해율 상승은 일부 병·의원의 과잉 비급여 진료와 보험회사의 영업비용 상승, 일부 가입자의 의료쇼핑 등이 맞물린 결과다.

실손보험료가 상승하면서 서민 가입자의 부담은 가중됐다. 손해율 악화와 이에 따른 보험료 급등이라는 악순환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보험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이런 악순환이 개선되지 못한다면 실손보험료는 10년 이내 2배 이상 급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4인 가족 기준 실손보험료는 올해 월 10만6000원에서 오는 2026년에는 월 21만6000원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다.

보험료가 오른 실손보험 가입자의 20%가량은 보험금을 한 번도 받지 않은 사람들이라는 점도 실손보험을 사회적 문제로 만든 또 다른 이유다. 실손보험 제도 개선 얘기가 계속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실손보험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관계당국도 제도개선책을 꺼내들었다. 단기적 처방과 장기적 과제 투트랙이다.

금융당국은 장기적으로 관계부처와 연구기관이 참석하는 태스크포스(TF)를 열고 올해 말까지 실손보험 개선방안을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이 과정에서 의료계와 보험업계, 소비자단체 등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도 두루 수렴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TF와는 별도로 내년 4월까지 현재보다 보험료를 40% 낮춘 실손보험 상품을 내놓겠다는 정책도 발표했다.

금융감독 당국은 치료 목적이 아닌 도수치료는 실손보험 처리가 안 된다는 판례를 내놨다. 실손보험의 손해율을 높이는 과도한 비급여 진료를 잡기 위한 단기적 처방인 셈이다.

관계당국의 계획대로만 실손보험 제도가 개선된다면 실손보험으로 인한 국민의 부담은 줄어들 것이 확실하다.

생각해야 할 점은 실손보험 제도 개선책은 아직은 청사진일 뿐이라는 것이다. 실손보험 제도 개선을 위해서는 실손보험을 구성하는 또 다른 큰 축인 의료계도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의료계의 입장은 변하지 않고 있다. 의료계는 최근 있었던 실손보험 제도개선 토론회에서 상품 설계 자체에 문제가 있는 실손보험 문제를 의료계에 넘기려고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문제의 심각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심화되고 있는 실손보험 악순환을 개선하려면 의료계를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정 이익단체에 휘둘리지 말고, 좌고우면하지 말고, 오직 국민을 위해 이런 설득을 해달라고 관계부처에 주문하는 것은 너무 큰 욕심일까.

ck7024@fnnews.com 홍창기 금융부 차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