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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몽구스는 언제나 독사의 천적일까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6.19 17:26

수정 2016.06.19 17:26

[차관칼럼] 몽구스는 언제나 독사의 천적일까

숙련된 독사 사냥꾼으로 알려진 몽구스가 언제나 독사의 천적은 아니다. 1910년에 일본의 저명한 생물학자가 인도를 방문했다가 길거리에서 몽구스가 코브라를 잡아먹는 것을 봤다. 그는 살모사과 독사인 반시뱀으로 피해를 보던 오키나와 섬 주민들을 위해 몽구스 16마리를 들여왔다. 그런데 이 몽구스들은 기대와 달리 반시뱀을 잡아먹지 않았다.

섬에 있는 흰눈썹뜸부기 등 멸종위기종과 파충류 등 다른 야생동물을 잡아먹으면서 1980년에 그 수가 3만마리까지 불어났다. 독사를 없애기 위해 도입한 천적 외래생물이 독사보다 더 큰 문제를 일으킨 것이다.
오늘날 일본 환경성은 외래생물 퇴치 예산의 많은 금액을 몽구스 퇴치에 사용하고 있다.

그렇지만 몽구스 입장에서도 할 말은 있다. 일본의 섬에는 몽구스를 몰라 도망가지 않아 쉽게 잡아먹을 수 있는 동물이 지천으로 널렸다. 야행성이어서 찾기도 힘든 독사를 잡을 이유가 없었다. 한 지역에서 어떤 특성을 가진 생물이 다른 지역에서는 환경에 따라 다른 특성을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을 당시의 생태학적 지식으로는 알지 못해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희귀 사슴벌레부터 맹독성 전갈까지 외래생물을 밀반입하다가 적발되는 사례들이 언론에 많이 보도되고 있다. 환경부가 국내 유입이 확인된 외래생물을 조사한 결과, 2011년 1109종에서 2014년 2167종으로 급격하게 증가했다. 이대로 가면 큰입배스, 뉴트리아처럼 이미 골치를 썩이는 동물들 외에도 조만간 우리의 이목을 끄는 외래생물이 새로이 등장할지 모른다.

외래생물이 들어올 때 우리 생태계에 해로운 영향을 줄지 조사하는 일을 위해성 심사라고 한다. 몽구스처럼 일반적으로 알려진 성질도 다른 나라에 가면 다르게 나타나는 데, 특성이 알려지지 않은 외래생물을 위해성 심사를 받지 않고 수입할 경우 발생할 피해는 예측이 어렵다.

몽구스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유입되는 외래생물의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호주는 고유생물을 보호하기 위해 반입이 허용된 외래생물을 제외하고는 모든 살아 있는 생물의 반입을 규제하고 있다. 일본도 위해성이 우려되는 외래생물 목록을 폭넓게 만들어놓고 수입할 때 위해성 심사를 거치도록 한다.

환경부는 위해성이 높거나 문제를 야기하는 외래생물을 위해우려종과 생태계교란생물로 지정하고 반입 규제와 퇴치사업을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서해안지역에서 서식이 확인된 갯줄풀과 영국갯끈풀을 생태계교란생물로 지정하고 해양수산부 등 관계부처와 공동 퇴치를 준비하고 있다. 가짜지도거북 등 외래생물 45종도 위해우려종으로 새로 지정해 도입 관리를 강화했다.
아울러 애완용 희귀동물 등 수입 다양화 추세에 대응해 위해성이 알려지지 않은 외래생물들이 자유롭게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외래생물관리제도도 개선해나갈 계획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외래생물의 엄격한 관리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다.
희귀한 외래생물을 사육하면서 느끼는 기쁨도 작지는 않겠지만, 지금도 황소개구리나 큰입배스 때문에 우리나라의 수많은 토종생물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한다.

이정섭 환경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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