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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대한항공 노사 임금협상을 보며…

김기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6.24 18:29

수정 2016.06.24 18:29

김기석 산업부 차장
[여의도에서] 대한항공 노사 임금협상을 보며…


'본말전도(本末顚倒)'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일의 근본 줄기는 잊고 사소한 부분에만 사로잡혀 있는 것을 표현한 말이다. 최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대한항공 사측과 조종사노조를 보면 떠오르는 말이다.

양측은 현재 2015년 임금교섭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최근 양측의 모습은 임금협상과는 거리가 멀고 생채기만 내려고 하는 모양새다. 사측은 1.9% 인상안, 노조 측은 37% 인상안을 제시해 인상폭 간극이 커 마음을 터놓고 협상해도 결과물 도출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감정싸움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노조 측은 최고경영자에 대한 흠집내기를 진행하고 있고 사측은 노조 측에 대한 징계카드를 꺼내든 상태다. 사실 의견이 대립하면 갈등은 당연히 따라오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험한 말도 나오고 좋지 못한 모습도 보여질 수 있다. 그러나 다툼에도 최소한 지켜야 할 선은 있다. 타협의 여지를 위해서는 넘지 말아야 할 선에 대해서는 자제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최근 노조 측이 선택한 '카드'는 좀 아쉬운 측면이 있다. 사측에 대한 '세무조사 등에 대한 청원'에 나선 것. 노조 측의 선택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항공산업이 필수사업장으로 지정돼 파업 등의 수단을 활용할 수 없으니 나름대로 강한 카드를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노조가 야심차게 꺼낸 이 카드에 대한 주변 반응은 우호적이지 않다. 당장 다른 노조에서도 아쉬운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일반노조는 이번 결정을 '무리수'라고 지적하며 조합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행태에는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고, 조종사 새 노조는 목전의 이득을 위해 회사의 운영과 전체 직원의 운명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을 추진해선 안된다는 입장을 내놨다. 사측은 물론이고 힘을 보태줄 것으로 기대했던 다른 노조들로부터도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사측도 물론 양측 간 갈등이 심해진 것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사측이 노조위원장을 기장에서 부기장으로 징계하는 등 강경모드를 유지하면서 현재의 갈등국면을 부추긴 측면도 있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1.4분기 분기기준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하는 등 만족할만한 성과를 얻었다. 그러나 우리 경제를 둘러싼 환경을 보면 방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세계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라는 암초에도 직면했다.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치는 등 미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대한항공이 직면한 더 심각한 문제는 양측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정비불량 등의 이유로 최근 회항이나 비상착륙 등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안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인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우호적이지 않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말을 쉽게 바꾸고 이익에 따라 이합집산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에게서도 배울 것은 있다고 본다. 그중 하나가 협상력. 한 사안을 놓고 절대 양보하지 않을 것처럼 싸우지만 어느 순간 타협안을 들고 나타나는 능력은 탁월하기 때문이다.

양측은 28일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조종사노조가 윤리경영 촉구 결의대회를 개최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세간의 주목을 받을 만한 이벤트가 예정된 셈이다. 양측 관계가 좋아지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그러나 줄 것은 주고 양보할 것은 양보하는 정치인들의 협상력을 배운다면 관계개선의 시초는 마련되지 않을까 싶다.

kkskim@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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