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칼럼]

OECD 가입 20주년의 의미

이달 초 파리에서 개최된 우리나라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20주년 기념 세미나는 지난 20년을 돌아보고 다가올 20년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해 보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1991년 유엔 가입으로 우리나라가 냉전의 족쇄에서 벗어나 주권국가로서의 국제적 권리.의무를 온전히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면, 5년 후 '부자들의 클럽'인 OECD에 가입한 것은 국제규범과 어젠다 설정을 주도하는 핵심그룹의 일원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자본자유화규약 수락 등의 비용을 치러야 하는 OECD 가입에 대해 가입 당시부터 시기상조라는 국내외의 회의적 시각이 있었고, 가입 직후 발생한 아시아 금융위기로 시련을 겪는 우리를 보며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는 비아냥거림도 있었다. 그러나 이후 한국 경제가 걸어온 길은 당시 우리 정부의 결정이 올바른 선택이었음을 웅변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OECD 가입 이후 한국은 다양한 분야에서 OECD의 정책 권고를 적극 수용하였고, 동료평가를 통해 여타 회원국들의 정책 경험도 빠르게 습득하면서 경제.사회 개혁을 강도 높게 추진해 왔다. 그 결과 OECD는 작년 10월에 발간한 '더 좋은 정책 시리즈 한국편'에서 한국의 생활수준이 OECD 최상위권 수준에 근접하였다면서 지난 20년간의 성취를 높이 평가해 주었다.

20년 전에 비해 16배나 늘어난 공적개발원조(ODA) 규모에서 보듯이, 개발협력 측면에서도 괄목할 만한 진전이 있었다. 2009년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하여 수원국에서 공여국으로 탈바꿈한 최초의 국가가 되었고, 이듬해 서울에서 개최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는 개발을 핵심의제화 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하였다. 2011년에는 부산 세계개발원조총회를 주최하여 개발협력 논의의 초점을 원조효과성에서 개발효과성으로 전환하는 데 크게 기여하기도 하였다. 그 결과 지난해 DAC 동료평가 중간검토에서 한국은 '견실한 공여국'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인간의 육체는 서서히 성장하지만 영혼은 비약적으로 성장한다"는 어느 소설가의 말처럼, OECD 가입은 개방되고 투명한 사회를 향한 한국인의 열망에 불을 붙여 급속한 질적 성장을 가능하게 하였고, 이는 한국 경제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달성할 수 있는 견실한 기반을 제공해 주었다.

한국은 OECD 가입의 수혜자로만 머물지 않았다. 가입을 통해 OECD에 새로운 피를 주입하였을 뿐 아니라, 우리만의 독특한 개발 경험을 토대로 OECD의 역할과 기여에 질적 변화를 가져 왔다. 또한 OECD의 선진규범을 수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OECD의 정책 방향과 의제 설정에도 적극 참여하였다. 우리 주도로 2009년 OECD 각료이사회에서 채택된 '녹색성장 선언'이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아직 극복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특히, 인구 고령화는 다른 어느 나라에서보다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시급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고 낮은 생산성, 미흡한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 소득 불평등, 청년실업, 일과 삶의 불균형 문제 등에 대한 해법도 깊이 고민해야 한다.
또한 인공지능으로 상징되는 '제4차 산업혁명'의 도전을 기회로 만들기 위한 방안을 강구해 나가야 한다.

우리가 혁신을 추구하며 새로운 분야에 과감하게 도전하는 이 모든 과정에서 OECD는 든든한 길잡이이자 믿음직한 파트너로 우리와 함께할 것이다. 우리 또한 '더 나은 삶을 위한 더 나은 정책'을 모색하기 위한 OECD의 노력에 우리의 창조적 혁신 경험을 접목시켜 OECD를 보다 역동적이고 적실성 있는 기구로 만들어 가는 데 적극 기여할 것이다.

조태열 외교부 제2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