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여의나루] 브렉시트와 한국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6.28 17:16

수정 2016.06.28 17:16

[여의나루] 브렉시트와 한국

영국이 유럽연합(EU) 회원국으로 잔류할 것인가 떠날 것인가 세계가 주목하는 가운데 영국민의 브렉시트 찬반투표 결과는 예측을 깨고 EU 탈퇴로 나타나자, 지난 23일 EU 잔류를 주장하던 자국민들과 전 세계 금융시장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당사국 통화 파운드화의 가치는 10% 가까이 하락하고 1985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유로화는 1999년 도입 이래 최대폭인 4.3% 급락하고 뉴욕, 일본, 중국 증시 하락과 함께 국내 주가, 원화 역시 큰 폭으로 추락했다. 하루 만에 국내에서 47조원, 세계 증시에서 3000조원의 시가총액이 사라졌다.

최근 조선업 구조조정의 본격화,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 등 어려움을 겪는 우리 경제에 예상치 못한 복병이 나타난 셈이다. 정부는 지난해 경우 대영국 수출이 전체 수출의 1.4%(2015년 기준)에 그치고 교역규모나 직접투자가 크지 않아 우리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유럽지역 수출의존도가 높은 중국 경제를 통한 부정적 여파가 밀려올 수 있다. 감소 추세에 놓인 세계 교역량이 중장기적 위축으로 이어진다면 어려움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5위 경제대국 영국의 국내총생산(GDP)이 2030년까지 최대 9.5%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

런던은 세계 최대 자금.파생상품시장이다. EU 외환거래의 78%, 배출가스 거래량의 96%가 런던에서 거래되고 외국인이 보유한 각종 자산만도 7조달러로 추산된다. 금융허브 런던이 EU와 단절됨으로써 금융자산 가격의 요동과 금융허브로서 누려온 이점들이 퇴색할 수밖에 없다.

브렉시트가 실물경제보다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신흥국 시장인 우리 입장에서 가장 걱정되는 것은 자본유출의 위험성이다. 한국시장에서 5월 말 기준으로 외국인 주식 보유액 가운데 영국계 자본이 36조원(8.4%)으로 미국계(39.8%) 다음으로 많다. 안전자산인 달러와 엔화 선호가 강해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영국계뿐 아니라 다른 자금까지 빠져나가는 대규모 자본유출이 부추겨질 수 있다.

브렉시트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다. 단기적 충격과 중장기적 악영향을 모두 몰고올 수 있는 큰 악재이다. 정부는 심사숙고해 가능한 장단기적 정책을 총동원해야 한다. 재정의 조기집행과 함께 추가경정예산과 같은 적극적인 확장적 재정정책을 검토하고, 한국은행과 협조해 금리를 포함한 신축적인 통화정책 등 가능한 모든 정책조합을 동원, 어려운 국면에 대응해야 한다.

외부 충격에 크게 영향을 받는 수출 중심의 우리 경제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내수산업의 육성, 신성장동력산업 육성, 구조조정 촉진, 노동시장 개혁 등 경제구조개혁 노력도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영국이 EU에 공식적인 탈퇴 의사를 밝히면 리스본 협정 50조에 따라 2년간의 탈퇴협상이 시작된다. 이 기간에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특혜관세가 영국과의 교역에서 유지된다. 가능한 한 빨리 영국과의 새로운 FTA도 추진해야 한다.


잇따른 EU 탈퇴가 염려되는 가운데 영국의 브렉시트 선택은 다시는 어리석은 전쟁을 되풀이하지 않고 유럽의 평화와 공동번영을 이루고자 창설됐던 애초의 유럽 통합정신의 쇠퇴를 의미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질서를 주도해온 개방적 자유주의 시대가 저물고 자국 중심의 폐쇄적 '신고립주의'가 우려되면서 미 공화당 대통령후보 트럼프의 등장이나 그가 내세우는 미국 우선주의의도 '신고립주의'와 같은 것이다.


생각할 수도 없던 것들이 현실이 되는 글로벌의 불확실시대 속에서 우리의 선택은 무엇인지 정부와 우리 국민은 깊이 생각해야 한다.

윤대희 전 국무조정실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