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금값이 너무해" 종로 금은방들 휘청

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6.29 17:42

수정 2016.06.29 17:42

브렉시트로 가격 치솟는 금.. 예물손님 뚝 끊기고 골드바는 문의만
순금 예물 대신 14K로.. 방문예약 취소도 잇따라
도매상은 대금 못받아 울상.. 골드바 묻는 사람 많지만 불확실성에 구매는 안해
"금값이 너무해" 종로 금은방들 휘청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사태가 현실화되면서 금이 금융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상품으로 부상했지만 정작 금은방은 울상이다. 금값이 치솟아 거래가 줄고 특히 예비 신혼부부들은 금목걸이 등 예물을 줄이는가 하면 예약손님들은 방문을 취소하고 있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세계 경제 불안감이 커지자 전통적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관심이 증가, 지난 27일 한국거래소(KRX) 금시장에서는 한때 금 1g이 5만원을 넘을 정도로 가격이 급등했다. 금 시세가 g당 5만원을 돌파한 것은 2014년 3월 KRX금시장 개장 이래 처음이다.

■금값 상승에 고객 발길 '뚝'

이같이 금값 상승으로 동네 금은방들이 호황을 누릴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날 국내 대표 금은방 골목인 서울 종로3가의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이곳에서 귀금속 소매점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금값이 올랐다는 말에 손님이 많이 감소했고 방문상담 예약을 한 손님들은 방문을 취소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며 "예물은 포기하고 일반 손님들에게 14K 커플링이나 목걸이 등을 파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가뜩이나 집값 상승세에 신혼부부들이 예물을 줄이는 추세여서 난감하다"고 털어놨다.

귀금속 가게를 운영하는 최모씨(39)도 "브렉시트 여파로 금값이 며칠 만에 급등하면서 순금 1돈쭝(3.75g)이 18만원대에 거래된 반면 14K는 여전히 12만원대"라며 "그러다 보니 예물을 찾는 손님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금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커플링이나 예물 수요가 억제되고 있다는 것이다.

예비신부와 함께 종로3가 금은방 골목을 들렀다는 이모씨(36)는 "인터넷을 통해 금값을 알아보고 왔는데 가격이 많이 올라 매장을 방문할 엄두가 안 난다"면서 "금값이 부담돼 예물을 좀 줄일 생각이고 순금으로 하려던 것도 14K나 18K로 바꿀까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금은방을 찾은 손님 대부분이 가게를 둘러보기만 할 뿐 실제 귀금속을 주문하고 계약서를 작성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오른 금값으로 소매시장에서 거래가 막히면서 도매상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도매상인 백모씨(33)는 "주문받은 제품을 만들어 놔도 오른 금 시세에 소매상들이 대금 결제를 미루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통상 소매상 물건 주문 시 계약금을 10% 정도 받는데 20%로 올리는 문제를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감소한 커플링이나 예물 수요를 골드바와 같은 실물 금 거래가 대신할 수 있다면 종로3가 분위기가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겠지만 실물 금 거래는 문의만 있을 뿐 거래는 이뤄지지 않는다는 게 이곳 상인들의 전언이다.

■골드바 문의 이어지지만…

백씨는 "(브렉시트 이후) 골드바 문의가 늘어 평소 인기상품인 미니 골드바뿐만 아니라 고가의 1㎏짜리를 찾는 사람도 있다"며 "문의는 이어지지만 실제 구매는 별로 없다"고 밝혔다. 시장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 KRX금시장에서 지난 23일 g당 4만7050원이던 금 가격은 27일 5만200원까지 올랐다가 28일 다시 4만9380원까지 떨어졌다.
금값이 전반적으로 상승 흐름세인 것은 맞지만 변동성이 크다 보니 투자를 위해 실물 금을 구입하기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더구나 금을 투자 목적으로 구입하려는 사람들은 종로에서 시세 정보를 구하고 문의는 하지만 정작 실거래는 KRX금시장을 찾는다는 것이다.


한국거래소 금시장팀 관계자는 "금값이 급등하다가 잠시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으나 브렉시트 사태 후 전체 거래량이 5배가량 늘어났고 매도보다 매수가 많은 것은 앞으로 더 오를 여지가 많기 때문"이라며 "금거래소에서 사면 이후 되팔 때 걱정이 없지만 종로 금은방 골목은 그렇지 않아 문의만 그쪽에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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