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스포츠일반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돌부처' 오승환 부동심, ML서도 통했다

성일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6.29 18:11

수정 2016.06.29 22:24

9회 1사 만루서도 무실점강심장에 명품구질 여전ML 평균자책점 1.62한국 기록 1.69보다 낮아
승리 추가 확률(WPA)이라는 생소한 단어가 있다. 구원 투수를 평가하는 중요한 항목 중 하나다. 그 투수가 등장했을 때 팀이 이길 확률이다. 미국의 스포츠 통계 전문 사이트 팬 그래프스 피치 밸류에 따르면 오승환(34·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은 전체 내셔널리그 구원투수 가운데 WPA 1위다.

스포츠 통계학의 신봉자인 마이크 매터니 세인트루이스 감독이 오승환을 신뢰하는 이유다. 매터니 감독은 28일(이하 한국시간)자로 트레버 로젠탈 대신 오승환에게 주전 마무리를 맡겼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그 결정이 옳았음을 입증했다.

오승환은 29일 캔자스시티와의 원정경기서 9회 말 마운드에 올랐다. 원래 로젠탈이 있어야할 자리다. 오승환은 1사 만루의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두 타자를 잇달아 범타 처리해 팀의 8-4 승리를 지켰다. 마무리 보직 첫 경기의 중압감을 무난히 넘겼다. 4점차 승리여서 세이브는 주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위기 상황을 버틸 수 있는 뛰어난 구위와 타고난 강심장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평균자책점은 1.66에서 1.62로 낮아졌다.

돌부처의 마음도 떨릴 때가 있을까. 오승환은 첫 타자 콜론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얼굴에 살짝 긴장감이 엿보였다. 이어 부테라에게 좌전 안타를 맞고 무사 1, 2루. 여기서 실패하면 마무리 보직 변경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지 모른다.

다음 타자는 3할대 타율의 1번 타자 메리필드. 오승환은 150㎞의 빠른 공으로 외야 플라이 처리했다. 한숨을 돌리는가 싶었는데 2번 에스코바에게 우전 안타를 맞았다. 1사 만루의 위기. 그러나 오히려 이때부터 오승환의 진가가 발휘됐다.

좌타자 고든이 대타로 나왔다. 3루수 파울 플라이 아웃. 4번 타자 호스머는 유격수 땅볼로 솎아냈다. 직구 최고 스피드는 95마일(153㎞). 이제부터 세인트루이스의 끝판왕은 오승환이다. 오승환은 전날까지 8개의 볼넷을 허용했다. 탈삼진은 무려 51개. 탈삼진과 볼넷의 비율이 6.38대 1이다. 내셔널리그 구원투수 가운데 4위다. 이 비율은 구원투수들이 선발에 비해 월등히 높다.

오승환의 직구 스피드는 메이저리그 구원 투수로는 평범하다. 그런데도 전체 투구 중 63%나 직구를 던진다. 볼끝이 워낙 뛰어나 스피드 건으로 나타나는 이상의 효과를 보고 있다.

오승환을 최고의 마무리로 만든 것은 역시 슬라이더. 내셔널리그 구원투수 가운데 2위에 올라 있다. 슬라이더로 스트라이크를 잡는 비율이 45%나 된다. 솟아오르는 듯 보이는 볼끝과 예리한 슬라이더. 타자들이 오승환의 공을 건드리는 확률이 64.1%에 그치는 이유다.
내셔널리그 구원투수 가운데 3위다.

미국의 스포츠 전문 매체인 스포츠쿼션트의 에디 케레스트 기자는 묻는다.
오승환의 한국 프로야구 시절 평균자책점은 1.69였다. 29일 현재 메이저리그 평균자책점은 1.62. 그렇다면 한국 타자들이 메이저리그 타자들보다 더 뛰어나단 말인가? 누가 알겠나(Who knows it).

texan509@fnnews.com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