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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사람이 중심이다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7.05 16:53

수정 2016.07.05 16:53

[여의나루] 사람이 중심이다

앨빈 토플러 박사가 영면에 들었다. 그는 정보화사회를 예견하고 앞장서 이끌었던 인물로 인류사회의 진로를 통찰력 있게 분석하고 미래를 정확히 예측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한국의 정보통신 발전을 세계 최고라고 인정하며 애정을 보였고 '위기를 넘어서: 21세기 한국의 비전'이라는 보고서를 2001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에게 전달하며 우리나라의 발전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이 발달된 정보인프라를 바탕으로 사회 전반의 혁신을 추구하고 지식기반경제로의 전환과 교육제도의 개혁 등을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당시 그가 제시한 바를 우리는 잘 이행했을까?

지난달 보도된 바에 의하면 한국이 정보통신기술(ICT) 하드웨어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이를 활용한 부가가치 창출에서는 매우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동아일보 6월 28일자).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와 액센추어가 지난해 국내총생산 대비 디지털 관련 인력과 기술, 장비 등에서 창출되는 디지털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을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 12개국 중 한국은 11위로 정보통신 인프라의 활용이 매우 저조했다. 보고서는 '디지털 전문인력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빅데이터 분석과 원격근무 등 경제 제반환경을 정비 및 개선'하라는 조언을 담았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지하철을 타보면 어른이고 아이고 모두 스마트폰을 꺼내들고 뭔가를 들여다보느라 정신이 없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심지어 길을 걸으면서도 자칫 사고위험마저 무릅쓰며 스마트폰에 집중하는 이들도 많다.

그런데도 활용이 부진하다니? 그러나 문제는 정보 이용의 양이 아니고 질인 것이다. 단순한 정보기기의 사용빈도는 의미가 없다. 정보기술을 활용해 생산현장의 애로점을 해결하고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기의 사용에 앞서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아이디어와 문제의식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에게는 그 점이 부족한 것이다.

앨빈 토플러가 지적했듯이 소위 굴뚝경제에 기초한 주입식의 일사불란한 교육방식은 창의적 발상과 유연한 작업체계를 필요로 하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우리의 교육이 그런 교육공장의 한계를 극복했는지는 아직 의문이다. 창의교육이라는 구호가 여기저기 외쳐지고 있지만 실제 교육현장에서 얼마나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그렇다면 결론적으로 우리는 아직도 그의 제안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최고 수준의 정보인프라를 갖추어 놓고도 이를 창의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단순.피동적인 이용에만 그치고 있음은 안타까운 일이다. 스마트폰이든 PC든 정보기술은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정보를 찾아볼 수 있게 함으로써 편리하고 쾌적한 삶을 기약하지만 무비판적이고 습관적인 의존은 오히려 사람을 생각 없는 존재로 퇴행시킬 수도 있다. 아이들은 스마트폰에 빠져들기보다는 자유롭게 뛰놀고 다양한 체험을 통해 스스로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습관을 쌓는 것이 창의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다.

유발 하라리는 그의 저서 '호모 사피엔스'에서 장차 인공지능에 의해 인간이 지배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그의 비관적 예측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기술의 진보가 가져올 미래와 그에 따른 우리의 대응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에는 공감하는 바다.


아무리 뛰어나고 획기적인 기술이 나온다 하더라도 그것이 인간을 소외시키고 인간을 예속화하는 것이라면 이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 무엇을 위한 기술이고 개발된 기술은 어디에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과 성찰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기술이나 기계가 아닌 사람이 항상 중심에 있어야 한다.

김대희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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