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차장칼럼] 프레임에 갇힌 김영란법

전용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7.05 16:53

수정 2016.07.05 16:53

[차장칼럼] 프레임에 갇힌 김영란법

1년 반 전 내가 쓴 차장칼럼을 다시 찾아 읽어볼 줄 몰랐다. 9월 28일 시행 예정인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 김영란법 때문이다. 지난해 초 담뱃값 인상이 김영란법 시행과 닮은꼴이라는 글을 썼다. 정부와 국회가 제시한 프레임에 걸려 제대로 된 소통 없이 강행된다고 지적했다. 다시 찾아서 읽어봐도 그때 생각했던 것이 틀리지 않았다는 결론이다.

당시 담뱃값 인상은 서민들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였다.
'담뱃값을 올려 국민건강을 증진한다'는 정부의 프레임에 흡연자들은 제대로 된 항의 한 번 못하고 80%나 되는 담뱃값 인상을 받아들여야 했다. '담뱃값 인상에 반대하는 것은 국민건강 증진에 반대하는 것'이라는 프레임을 깨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담배 값만 올리고 담배 수요는 줄이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

실제 지난해 담뱃값 인상으로 편의점 담배 판매량은 1월 초 전년 대비 50% 넘게 하락했지만 2월 말에는 20%대, 3월 들어서는 20% 이내까지 감소 폭이 줄었다. 올해 1.4분기 국내 담배 판매량은 기저효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4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담배 세금 인상 때문에 줄어들었던 담배 수요가 1년 만에 빠른 회복세를 기록한 것이다. 지난해 1월 7만원대 중반까지 급락했던 KT&G의 주가도 13만원대로 두 배 가까이 급등했다. 반면 담뱃값 인상으로 정부는 지난해 1년 동안 3조5000억원의 세금을 추가로 거뒀다.

담뱃값 인상처럼 김영란법도 '사회에 만연한 청탁문화가 해소되고 이를 통해 더 맑고 투명한 사회로 발전하기 위해 만든 법'이라는 프레임에 벗어나지 못해 제대로 된 논의나 소통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봤다. 1년 반이 지난 지금, 김영란법에 대한 부작용을 거론하면 '청탁 해소와 투명한 사회를 만드는 데 반대하나?'라며 이상한 사람으로 몰릴 판이다. 그때 지적한 것처럼 어느 국민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청탁문화가 해소되고 이를 통해 더 맑고 투명한 사회로 발전하길 기대하지 않는 사람이 있겠는가. 하지만 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불거진 적용대상 간 형평성 논란은 물론 법안의 모호성, 위헌요소까지 고스란히 방치해서는 안된다. 또한 내수경제 위축과 함께 정부와 재계의 소통 단절이라는 부작용도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무엇보다 김영란법이 공직자들의 복지부동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재계 한 관계자는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공무원과 기업인의 만남 자체를 색안경으로 보는 시선이 늘어날 텐데 굳이 공무원들이 재계 등 민원인을 만나려고 하겠느냐"고 잘라 말했다. 공식적인 대화창구도 없이 사적 대화창구를 막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은밀한 만남이 성행하는 등 부정적 '풍선효과'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시행해 보고 부작용이 있으면 바로잡으면 된다는 주장은 너무 안일하다. 지금이라도 '김영란법 반대=투명사회 반대'라는 프레임을 걷어내고 열린 마음으로 법 시행으로 인한 부작용을 꼼꼼히 검토해야 한다.
진정 김영란법이 투명사회로 가는 시금석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courage@fnnews.com 전용기 산업부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