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검은 공생' 변호사·브로커 225명 적발

이승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7.06 17:08

수정 2016.07.06 17:08

개인회생 '미끼'로 546억 수임료 챙겨
브로커, 변호사 명의 빌려 총 3만4893건 사건 처리
변호사 명의 대가 억대 받아
고액 수임료 마련 못하면 연 30% 고리 대부업체 소개
회생 신청인에 피해 전가해
변호사 자격 없이 명의만 빌려 개인회생 사건을 처리해 온 브로커들이 대거 덜미를 잡혔다.

과다 채무자가 새 삶을 위해 문을 두드리는 '개인회생 제도'가 여전히 브로커와 변호사 돈벌이로 악용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경제불황 여파로 개인회생 등 도산 사건이 늘면서 '음지 법률시장'이 확산돼 피해는 고스란히 법률소비자에게 전가됐다는 분석이다.

■명의 빌려주고, 브로커 사무실 쓰는 변호사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최성환 부장검사)는 △개인회생 브로커 181명 △이들에게 명의를 빌려 준 변호사 및 법무사 41명 △인터넷 등을 통해 상담의뢰자들을 모집해 브로커에게 공급한 광고업자 2명 △브로커와 제휴해 수임료대출을 전문으로 한 대부업자 1명 등 총 225명을 적발했다고 6일 밝혔다. 검찰은 57명을 구속기소하고 16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나머지 3명은 기소중지 처분했다.


개인회생 브로커 168명은 변호사 명의를 빌려 의뢰인과 수임계약을 맺고 변호사 관여 없이 각종 서류를 작성, 법원에 제출하는 등 총 3만4893건의 사건을 처리한 혐의(변호사법 위반)를 받는다. 이들이 수임료 명목으로 벌어들인 돈만 54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법원 경매 업무를 처리하는 브로커 13명도 적발됐다. 변호사 명의만 빌려 '법무법인' 간판을 걸고 분사무소까지 운영, 955건의 사건을 처리하고 16억원 가량을 챙겼다. 변호사 33명, 법무사 8명은 명의를 빌려주고 이득을 챙긴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변호사에 대해서는 대한변호사협회에 징계개시도 신청했다. 이번 수사에서는 광고업자도 2명 적발됐다. 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의뢰인을 모집, 개인정보를 브로커에게 공급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의뢰인 대부업체 연결, 고리 부담도

이번 수사로 변호사와 브로커의 '공생' 관계가 드러났다. 명의를 빌려주는 변호사는 매달 100만∼300만원을 챙기고, 브로커가 처리하는 사건당 '관리비' 명목으로 20만원 안팎을 더 받았다. 2년간 2억7000만원 넘게 챙긴 변호사, 사무실 임차료조차 없어 명의를 빌려주고 브로커 사무실에 방을 얻은 변호사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변호사 이름을 내건 브로커들은 수임료 명목으로 거액을 챙겼다. 브로커와 변호사 사이의 이런 '검은 공생'의 피해는 고스란히 회생 신청자에게 돌아갔다.

더구나 브로커들은 수임료도 마련하기 어려운 의뢰인을 대부업체와 연결해 30% 넘는 고리를 떠안겼다. 한 의뢰인은 빌린 수임료 변제 독촉을 받자 결국 개인회생을 포기하고 수임료 80만원도 돌려받지 못했다. 검찰은 브로커와 계약을 맺고 개인회생 의뢰인들에게 수임료 대출을 한 대부업자 1명도 변호사법 위반 방조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개인회생 브로커 범죄는 불황의 여파로 회생 사건 시장이 커지면서 확산했다. 사법연감에 따르면 2010년 4만6000여건이었던 개인회생 접수 건수는 2014년 11만건으로 증가했다.


검찰 관계자는 "서민의 경제적 어려움을 악용, 잇속을 챙기는 브로커와 명의를 빌려주는 변호사 등 관련자들을 계속 감시하고 단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relee@fnnews.com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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