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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성장 멈춘 제조업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7.07 17:15

수정 2016.07.07 17:15

[여의나루] 성장 멈춘 제조업

최근 우리나라 제조업의 성장부진이 심화되고 있다. 제조업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과 2011년에 각각 13.7%와 6.5%의 비교적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으나 2012년 이후에는 성장세가 현저히 둔화되어 2015년에는 1.3%의 낮은 성장률을 나타냈다. 기간별로 비교하면 2010∼2015년 제조업 연평균 성장률은 3.4%로 2000∼2010년 6.5%의 절반가량에 불과하고 5년 연평균 성장률 기준으로 비교하면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은 성장세를 나타냈다. 이에 따라 전체 산업의 총부가가치에서 차지하는 제조업 비중(명목 기준)도 2011년 31.4%, 2013년 31.0%, 2015년 29.5%로 점차 내려가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업경영 분석에 의하면 종전에는 우리나라 제조업 매출액이 전체 산업의 평균 매출액보다 더 빠르게 증가했는데, 2012년 이후에는 반대로 제조업 매출액이 전체 산업 평균보다 더 느리게 증가하고 있다. 또한 제조업의 수익성도 악화돼 제조업 매출액 영업이익률이 2011년 5.6%에서 2014년에는 4.2%로 하락했다.


제조업의 성장부진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되고 있는 수출둔화에 주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수출은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과 2011년에는 두자릿수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으나 이후에는 한자릿수로 크게 둔화됐고, 2015년에는 -8.0%를 기록했다. 이런 수출둔화의 배경에는 최근 세계경제의 저성장·저무역 흐름이 지속되는 데 따른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후발국과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발생하는 구조적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후발국 중에서 특히 중국과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우리 수출은 적지 않은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연구원의 최근 자료 '주력산업의 수출부진 원인과 구조조정 방향'(2016년 6월)에 의하면 중국이 산업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면서 일부 산업에서는 품질·기술력이 우리나라에 근접한 수준까지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면 철강, 석유화학, 섬유 등은 중국 제품의 품질이나 기술 수준이 우리나라와 거의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왔고 가전이나 정보통신기기 등은 우리나라의 90% 이상, 자동차·조선·일반기계 등에서는 우리나라의 75∼85% 수준인 것으로 평가됐다. 5년 후에도 우리나라가 중국에 비해 경쟁 우위를 가질 수 있는 품목은 일부 핵심소재 및 부품과 고급 승용차, 고기능성 강재 등 일부 고부가가치 제품에 불과한 것으로 전망됐다.

우리 경제의 지속적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는 서비스산업 발전과 함께 제조업의 꾸준한 성장이 뒷받침돼야 한다. 제조업 성장이 부진해지면 먼저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감퇴할 수 있다. 왜냐하면 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가능케 하는 기술혁신, 생산성 향상, 시장 확대 등은 주로 제조업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조업 부진 시 우리 산업의 경쟁력 강화가 더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산업 전반에 걸쳐 생산성 둔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제조업 부진은 투자와 고용 둔화를 초래하고 성장잠재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우리 제조업이 다시 활력을 찾아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술개발을 통한 신기술산업 등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육성하고 기존 산업의 고부가가치화와 수출경쟁력 증대를 이룩해야 한다. 이와 함께 기획, 디자인, 연구개발 등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업스트림 부문의 역량을 강화하고 중간재·최종재 생산에서도 고부가가치 핵심 기술제품 생산 비중을 더욱 높여 후발국 제품과 차별화를 확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중국은 물론 베트남, 인도, 인도네시아 등 시장잠재력이 높은 후발국들과 가치사슬 재편을 통해 분업구조를 고도화하고 경쟁과 협력에 바탕을 둔 산업협력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상봉 전 산업연구원장·국제무역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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