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 기업문화 틀 깨기, 성공을 기대하며

신홍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7.07 17:16

수정 2016.07.07 17:16

[데스크 칼럼] 기업문화 틀 깨기, 성공을 기대하며

"우리에게 익숙한 출퇴근 문화, 근무시간, 휴가, 채용 등이 과연 지금의 변화에 맞는 방식인가. 기존의 관성을 버리고 열린 눈으로 일하는 방법을 바라봐야 틀을 깰 수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30일 경기 이천시 장천리 SKMS(SK경영철학) 연구소에서 예정에 없던 확대경영회의를 열고 계열사 사장단에 '새로운 생존법을 찾아내 3개월 안에 실행할 것'을 주문했다.

이날 회의는 당초 예정에도 없었으나 최 회장이 직접 지시해 긴급하게 마련됐다. 워낙 긴급하게 잡힌 회의라 사장단에도 임박해서 소집령이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이 이처럼 황급히 사장단을 모은 이유는 뭘까. 브렉시트로 인한 세계경제 불확실성 증대, 수출과 내수 동반 부진 등 녹록지 않은 경영환경 속에서 SK가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의 이번 주문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993년 신경영 선언을 한 것과 비견될 만한다는 평가다.
이건희 회장은 당시 "마누라, 자식만 빼고 다 바꾸자"며 삼성전자 품질경영을 선언했고, 매출 100조원의 글로벌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최 회장은 역시 기존 관행을 깨지 않고 변하지 않으면 SK의 미래가 없다고 평가했다. 특히 출퇴근 문화, 휴가, 채용 등 관행화된 기업문화에 대해 근본적인 변화를 촉구했다.

최 회장은 "현 경영환경 아래 변화하지 않는 기업은 'Slow(뒤처짐)'가 아니라 'Sudden Death(돌연사)'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그러면서 "혹독한 대가를 치르지 않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바꾼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도 최근 기존 관행을 깨는 혁신적인 기업문화 도입에 나섰다. 부장 등 직급 호칭을 없애고 여름에 반바지 착용을 허용하는 등 '이재용식 실용적인 기업문화'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금 시점은 '관리의 삼성' 보다는 '크리에이티브 삼성(CREATIVE SAMAUNG)'이 필요하다는 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판단인 듯하다.

삼성이 옷차림으로 혁신을 시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삼성은 지난 2008년 '비즈니스 캐주얼'을 기본으로 하는 복장 자율화를 선언했다. 자율적인 사내문화를 조성하겠다는 의도였지만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계열사 사장이나 임원 등은 여전히 정장 양복을 고수해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삼성과 SK의 이번 시도는 재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구글플랙스를 둘러본 사람들은 마치 하나의 대학캠퍼스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구내식당에서는 부서를 불문하고 엔지니어, 마케터, 회사 안내원 등이 모두 한자리에 앉아 밥을 먹고 대화하면서 자신의 일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심지어 최고경영자(CEO)도 식판을 들고 줄을 서면서 직원들과 구글의 경영철학에 대해 얘기를 한다.


물론 출퇴근을 자유롭게 하고 직급 호칭을 없애고, 캐주얼 복장으로 근무한다고 해서 일의 능률이 오르고 회사 실적이 크게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가부장적 기업문화를 가지고는 변화하는 시대에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은 모두가 공감하는 부문일 것이다.
삼성과 SK의 '틀을 깨는 혁신'이 성공하기를 기대해 본다.

shin@fnnews.com 신홍범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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