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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과수의 구제역' 화상병의 위협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7.10 17:47

수정 2016.07.10 17:47

[차관칼럼] '과수의 구제역' 화상병의 위협

최근 동물에 치명적인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AI) 등이 발생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적이 있다.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식물에도 소나무 재선충병, 과실파리, 화상병, 감자역병 등의 질병이 있고, 이 중 감자역병은 세계사에 큰 영향을 미쳤다. 감자가 주식인 아일랜드에서는 1845년부터 1850년까지 감자 역병이 창궐해 대기근이 발생했는데 그 결과 인구가 300만명이 줄었다. 100만명은 굶주림과 질병으로 죽고, 200만명은 배고픔에 지쳐 미국 등으로 이주했다고 한다.

감자 역병은 1차 세계대전이 종식되는데 간접적으로 기여하기도 했다. 감자 역병이 1916년 독일에서 발생했는데, 당시 방제 약제로 사용된 황산구리가 전쟁물자로 사용되는 바람에 방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로 인해 흉작이 연이어 발생했고 굶주림으로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피해가 속출하자 군인들 사기가 급격히 저하돼 독일군이 연합군에 무너지는 원인이 됐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5월 '과수의 구제역'이라 불리는 화상병(Fire blight disease)이 처음 발생해 사과.배 재배농가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화상병은 세균병의 일종으로 사과나 배나무의 잎, 가지, 줄기, 꽃, 열매가 마치 불에 타 화상을 입은 것과 같은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 병이 심하면 과실 수확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나무 전체가 말라 죽을 수 있기 때문에 세계적으로도 매우 위험한 식물병으로 알려져 있다.

과수 화상병은 피해가 클 뿐만 아니라 현재로서는 병에 걸린 나무를 치료할 약제가 없다는 점에서 발생의 사전차단 및 조기 박멸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 때문에 지난해 화상병이 발생했을 때 해당 농가뿐만 아니라 반경 100m 이내에서 재배 중인 사과.배 나무 60ha를 전부 매몰했고, 올해도 같은 방식으로 방제하고 있다.

과수 화상병 발생은 농산물 수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화상병이 발생한 나라는 검역상 이유로 수출이 제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농산물 수입국에서는 화상병 세균 감염이 있을 수 있는 사과, 배 등에 대해 수입을 중지하는 조치를 취한다. 큰 규모는 아니지만 국가 전체 수출액이 작년보다 감소되는 가운데서도 농식품 수출액은 증가하는 등 작지만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과수 화상병 발생은 수출확대 전략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된다.

농식품부는 화상병을 조기에 종식시키기 위해 지난해 발생 초기부터 방제대책실을 설치하고 관계기관, 지자체 등과 협력체계를 구축해 강도 높은 방제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화상병 완전 박멸은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9만여 농가에서 재배하는 7500여만 그루의 사과나 배나무 등을 국가나 지자체 예찰요원들이 일일이 확인해 조치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과수농가를 비롯한 국민 모두의 적극적인 협조와 관심이 필요하다.

과수원에 이상 증상이 발견되면 가까운 농업기술센터 등 관계기관에 즉시 신고해야 하며, 병의 전파예방을 위해 과수원을 청결하게 관리하고 작업복, 전정가위를 알코올 등으로 수시로 소독해 사용해야 한다.


또 해외여행 시 화상병 발생국가에서 생산된 사과.배 과실이나 나무를 국내로 들여오지 않도록 하고, 허용 국가에서 가져오는 식물이라 할지라도 식물검역기관에 반드시 신고해 검역을 받아야 한다.

화상병이 조기에 근절되지 않는다면 우리가 즐겨먹는 대표과일인 사과, 배의 안정적 생산기반이 자칫 흔들릴 수도 있다.
이 병으로 인해 우리나라 과수산업의 발전 및 농산물 수출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우리 모두의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이준원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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