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크라우드펀딩, 십시일반의 힘

1990년대 초 대학생 시절에 봤던 '파워 오브 원'이라는 영화가 있다.

남아프리카 출신 작가 브리스 코트네이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한 소년의 성장 과정을 통해 인종차별에 대한 비판과 화합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오줌싸개였던 소년 피케이는 독일인 박사와 히엘 피트의 가르침으로 조화와 화합을 배워 정신적으로 성장하고, 스스로 흑인들을 위해 앞장서게 된다. 자신 혼자만의 힘으로 무엇이 달라질 수 있겠느냐며 회의적인 생각을 하던 피케이는 자연에서 '한 방울의 물이 폭포가 된다'는 진리를 깨닫고 모든 사람에게 진정한 희망을 주는 '레인메이커'가 된다는 영화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크라우드펀딩을 보면서 필자는 이 영화의 명대사 '한 방울의 물이 폭포가 된다'를 떠올린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이 시행된 지 6개월이 지났다. 1700여명의 일반인이 참여했고, 70억원가량이 모였다. 벤처캐피털(VC)이나 증권사, 은행 또는 대기업도 아닌 평범한 소시민들이 한 푼 두 푼 돈을 모아 언제 망할지도 모르는 스타트업(창업 초기기업)에 투자를 한 것이다. 누군가는 '고작'이라며 비아냥거릴 수 있다. 하지만 '파워 오브 원'의 주인공 피케이의 깨달음처럼 '폭포는 한 방울의 물들이 모여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의미 있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 1700명이 17만명이 된다면 그 금액은 7000억원에 이른다. 실제 미약하지만 성공 사례들도 나타나고 있다.

물론 기존 금융사들 사이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는 당연한 것이다. 자기 밥그릇을 지키려는 것. 하지만 경쟁력도 없이 서민에게 고리의 이자를 받아가던 대부업자들, 스타트업엔 눈길조차 주지 않으면서 자금을 손에 쥐고 거들먹거리던 VC들, 힘 없는 중소기업이나 예술단체들에 갑질하던 은행 등의 반발은 무시해도 된다.

이젠 기존 금융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일반인들이 진정한 힘을 모을 수 있는 크라우드펀딩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시작일 뿐이며 그 파장은 갈수록 커져 나가야 한다. 그리고 크라우드펀딩이 희망을 잃어가는 대한민국에 한줄기 빛이 될 창업.벤처 생태계의 마중물이 될 수 있길 기대한다.

다만 한 가지. 정부와 금융당국, 국회는 기존 금융사들 입장이 아니라 더 큰 미래를 그려보고, 크라우드펀딩 활성화 방안들을 만들어내길 바란다.


무엇보다 투자자 보호에 지나치게 얽매여서 모든 것을 규제로 해결하려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 그래야만 크라우드펀딩을 받은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크라우드펀딩을 받은 스타트업들이 한여름 시원한 폭포 소리를 들려줄 날을 기대해 본다.

yutoo@fnnews.com 최영희 산업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