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회사를 떠나는 신입사원들

안태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7.11 17:18

수정 2016.07.12 21:02

[기자수첩] 회사를 떠나는 신입사원들

제보를 받았다. 'A기업이 신입사원을 포함한 사원급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두산 인프라코어의 신입사원 명예퇴직 논란이 이제 막 잦아들던 시기였다.

취재에 들어갔지만 잘못된 제보였다. 명예퇴직을 실시했지만 과장급 이상으로 규모도 작은 수준이었다. 재밌는 것은 사원급 직원들의 반응이었다.


"차라리 우리도 명예퇴직 신청을 받았으면 좋겠다." 두산 인프라코어 사태를 바라보며 내심 동기들과 부러운 마음을 공유했다고 한다. 수년간 꼬박꼬박 받을 월급과 회사 생활보다 수천만원의 퇴직위로금과 다른 삶을 살 수 있는 가능성이 훨씬 중하다는 판단이다.

신입사원 명예퇴직 논란 당시 두산인프라코어도 "사원급에서도 명예퇴직을 신청하게 해달라는 요청이 있어 실시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부서장의 강압에 못 이겨 억지로 명예퇴직을 신청한 사람도 있겠지만 자발적으로 신청한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진실은 단 한 면만 존재하지 않는다. 퇴사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데 돈까지 얹어준다니 고마운 일 아닌가.

소설가 장강명은 본인의 소설 '표백'에서 "1978년 이후 한국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유지.보수자의 운명을 띠고 세상에 났다. 이 사회에서 새로 뭔가를 설계하거나 건설할 일 없이 이미 만들어진 사회를 잘 굴러가게 만드는 게 이들의 임무라는 뜻이다. 이들은 부품으로 태어나 노예로 죽을 팔자"라며 지금 청년들이 지닌 문제의식을 포착했다.

대학원 입학을 준비 중인 대기업 근무 3년차 B씨는 "회사는 지금까지 만들어진 시스템에 철저히 복무하는 사람만이 성공하는 구조다. 무언가 해보려는 능력 있는 사람들은 조직에 실망하고 금방 나가버린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러다보니 회사 내 높은 사람 중 본받을 만한 사람이 없다. 롤모델이 있어야 회사에서 성장한 모습을 그려볼 수 있는데 그게 없으니 빨리 다른 길을 찾아 나서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1년 내에 회사를 떠나는 신입사원 비중이 27.7%로 4명 중 1명이 넘는다.


퇴사의 가장 큰 원인은 '조직과 직무적응 실패'(49.1%)였다. B씨에게 설문 결과를 보여줬다.
그는 말했다.

"적응을 못하는 건 신입사원이 아니라 오히려 조직이 아닐까. 신입사원이 계속 나간다는 건 뭔가 조직에 문제가 있다는 거잖아. 또 신입사원이 중요한 직무를 얼마나 맡아서 하겠어. 요즘 애들 눈치가 좀 빨라? '나도 저렇게 되기 전에 떠나야겠다'고 금방 상황파악 완료지."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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