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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대우조선 수사, 이제 시작이다

최진숙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7.12 17:09

수정 2016.07.12 17:09

[차장칼럼] 대우조선 수사, 이제 시작이다

대우조선해양 법무.회계 관련 직원들은 요즘 대리.사원급까지 본사가 있는 서울 을지로가 아닌 서초동으로 출근한다. 회사 비리 전반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들을 수시로 호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상태.고재호 전 사장 시절 진행했던 업무의 자잘한 내역까지 이들은 토해내고 있다. 직원들은 두 전직 사장의 '믿거나 말거나'급 비리에 충격, 배신, 분노, 자괴감 뒤섞인 감정을 보이고 있다.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할 일이 태산인데, 이러다 정말 회사가 끝장나겠다"는 말도 들린다.
하지만 "이참에 다 털어야 한다. 끝까지 파내고 새출발 하자"며 두 주먹 불끈 쥐는 이들도 있다.

스웨덴 '말뫼의 눈물'이 우리의 눈물이 되지 않기를 그렇게 바랬지만, 현실은 이것저것 사정봐주지 않는 법이다. 중소 조선사의 지역 크레인이 이제 헐값 처분만 기다리고 있는 요즘, 우리는 한국 조선업 역사상 가장 지독한 스캔들과 마주하고 있다. 물론, 지금 조선업 불황을 어느 한 회사 책임으로 돌릴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세계 최강을 자랑했던 국내 조선사들이 상대적으로 유난히 심한 위기에 빠진 건 저가 수주로 시장 질서를 어지럽혀온 대우조선에 상당한 혐의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영업일선에서 불꽃 튀는 제살 깎아먹기 수주전을 벌이는 동안, 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자신의 눈앞 이익을 향해 질주했다. 구속된 남상태 전 사장이 경영을 시작한 2006년만 해도 대우조선은 호황 절정의 순간이었다. 하지만 연임에 성공한 남 전사장 아래서 6년을 보냈고, 고재호 전사장 3년 집권을 거치면서 회사는 철저히 망가졌다. 대우조선의 부채비율 7000% 기록은 이 기간에 이룩한 수치다.

온전히 실체가 다 드러나지 않았지만, 남 전사장은 지금 혐의만으로도 비리세트다. 손대는 사업마다 측근에게 특혜를 주고 수십억원 대가를 받는 것은 물론, 부당한 방법으로 측근 회사 지분을 취득해 거액 배당금을 챙겼다. 고 전 사장은 5조4000억원대 분식회계 혐의가 핵심이다. 대규모 적자가 났는데도 원가를 축소해 이익이 난 것처럼 거짓 회계를 꾸민 것은, 정말 사장 연임을 위해서였을까. 수뇌부가 이러고 있는 사이, 자재 구매담당 차장은 회삿돈 180억원을 빼돌려 내연녀 명품을 사고 수십억원대 빌딩 투자까지 했다. 경남 거제.울산 조선 현장에 닥칠 쓰나미급 실직 공포의 씨앗은 결국 이들 비리에 닿아 있다.

검찰의 진짜 수사는 오히려 지금부터여야 한다. 이 무책임한 사장들의 비리 전말은 물론 이들을 그 자리에 앉혀놓고 득을 본 사람은 누구였는지 철저히 가려내는 작업이 이제 시작돼야 한다. 두 CEO 재임기간에 이 회사의 대주주인 산업은행 수장을 맡았던 이는 민유성, 강만수, 그리고 홍기택이다.
수사는 여기가 끝이 아니다. 이들 뒤에 숨어 온갖 이권에 개입한 '검은 그림자' 실체까지 파헤쳐야 할 것이다.
'조선업 최악 스캔들' 결말을 온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최진숙 산업부 jins@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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