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구글의 '한국지도 요구' 경계해야

김학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7.14 17:12

수정 2016.07.14 17:12

[기자수첩] 구글의 '한국지도 요구' 경계해야

한 전통시장에 낯선 외부사람이 가게를 차렸다. 이 가게가 날로 번창하면서 덩달아 전통시장을 찾는 손님도 늘었다.

전통시장의 다른 상인들은 낯선 가게주인이 고맙기도 했다. 그러나 외지인이라는 이유로 상인회 회비도 내지 않고 상인들과 제대로 어울리지도 않는 낯선 가게주인이 마뜩지는 않다.

어느날 전통시장 상인들은 모아진 상인회비로 시장 발전방안을 마련했다. 시장에 주차장도 만들고 길도 넓히는 방안이었다.


그런데 상인회비를 내지 않던 낯선 가게주인이 돌연 발전방안을 보여달라고 요구한다. 자신도 시장의 일원인 데다 시장의 발전을 위한 것이면 자신도 방안을 볼 권리가 있다는 논리다. 게다가 발전방안이 이미 공공연히 알려진 내용이니 자신에게도 보여달라는 주장이다.

상인들은 회원 상인들이 낸 회비를 모아 마련한 방안을 낯선 가게주인에게 보여줄 수 없다고 거부한다.

구글이 우리 정부에 요구하는 지도 데이터 반출 요청 얘기다. 거대 글로벌 인터넷기업 구글은 한국 인터넷산업에도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구글은 한국에서 막대한 매출을 거두지만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다. 그런데도 한국민들의 세금 수백억원을 들여 만들어 놓은 정밀한 지도 데이터를 내놓으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구글은 이용자 편의성을 내세운다. 해외 관광객들이 한국에서 구글 지도를 이용할 때의 일직선으로 표시되는 화면은 단골 소재다. 최근에는 지도 소재와 연관성이 낮은 증강현실(AR)게임 '포켓몬 고'를 또 다른 명분으로 삼으려 한다.

그런데 구글의 말에 이상한 점이 있다. 애플이나 바이두 역시 한국의 정밀지도 데이터를 받지 못하는데 이들은 한국에서 지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아니면 구글이 한국에 서버를 들이고 지도 데이터를 이용하는 것에 대한 정당한 세금을 납부하면 된다.

규제가 기술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여론의 비판 속에 이용자 편의 논리가 안보 논리를 뛰어넘고 있지만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지도 데이터는 현재 시점이 아닌 미래 시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초정밀지도 데이터는 원유와도 같은 존재다. 정교해진 데이터의 활용가치는 무궁무진하다.


구글이 집요하게 지도 데이터 반출을 요청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구글의 서비스가 시대를 선도하고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들의 기준을 내세우며 초법적인 자세로 한 국가에 예외조항을 요구하는 모양새는 옳지 못하다.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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