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교육이 변해야 한다" 노작가의 일갈

조윤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7.14 17:13

수정 2016.07.14 17:13

[기자수첩] "교육이 변해야 한다" 노작가의 일갈

한국 근현대사를 꿰뚫은 대작을 쓴 거장의 입은 거침없었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정글만리'의 작가 조정래는 최근 "민중은 개.돼지"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교육부 전직 고위관료를 향해 '기생충' '진딧물'이라고 쏘아붙였다.

지난 12일 서울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신작 기자간담회 자리에서였다. 그는 "개.돼지가 낸 세금을 받아먹고 살아온 그는 결국 기생충이나 진딧물 같은 존재"라며 "그것은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작게는 교육부가, 크게는 공무원 전체가 그따위 분위기였다는 것"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보통 아끼고 아낀 정제된 언어로 진행되는 것이 문학계 기자간담회라는 점에서 노(老)작가의 목소리는 더욱 선명하게 들렸다.

그의 격정적 발언은 우리 교육 현실을 정면으로 다룬 이번 신작과도 무관해 보이지 않았다.
신작 '풀꽃도 꽃이다'를 3년간 준비하면서 그가 마주한 교육 현실은 한 편의 지옥도였다.

공교육이 힘을 잃어서 사교육이 판을 치는 건지, 너도나도 사교육을 하니까 공교육이 무너진 건지 알 수 없지만 사교육에 의한 교육현장 왜곡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한글도 제대로 떼지 못한 유치원생이 수학공부를 하는 현실이 정상은 아닐 테니까 말이다.

선행학습이라는 이름으로 새벽 2~3시까지 학원과 과외를 돌아 학교로 온 애들이 잠만 자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또 한편으로 성적지상주의에서 도태된 아이들이 학교에서 할 일이 없어 자거나 화장하거나 빈둥거리는 것도 일상이었다.

그는 "머리 좋고 행정고시 패스해 거기까지 올라간 사람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교육정책을 세우는 핵심 부서에 있었다니, 이 나라 교육이 썩을 수밖에 없지 않나"라며 씁쓸해했다.

작가는 그동안 수많은 작품을 냈으면서도 '작가의 말'을 쓸 때 이번처럼 비통한 심정으로 쓴 적이 없다고 했다. 그 정도로 교육 문제가 심각하고 우리 미래가 난관에 부딪혀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거듭 말했다.

교육이 변해야 한다는 강한 의지도 피력했다.
물론 쉽지는 않은 일이라는 것을 작가도 알고 있다. 학벌주의에 꽁꽁 매인 우리 사회의 원천적인 변화가 없는 한 소용이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럼에도 '누구나 알지만 (변화는)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나'라는 질문에 "왜 안된다고만 생각하나. 현실성이 없다며 무조건 회피하는 건 무책임하다"는 작가의 일갈에 어쩔 수 없이 고개가 끄덕여진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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