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미국 금리와 정치

금리인상을 놓고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갈팡질팡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계속 '제로(0) 금리'를 유지해왔던 연준은 지난해 12월 0.25%포인트에 달하는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2006년 6월 이후 9년6개월 만의 첫 기준금리 인상이었다.

그 후 경제 전문가들은 연준이 올해 점진적인 추가 금리인상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내년까지 금리가 2%를 넘어서고 2018년에는 3% 이상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연준은 마치 백일이 지난 아기가 뒤집기 하듯 '할듯 말듯'한 분위기를 만들며 시장 관계자들의 신경을 곤두세우게 만들고 있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지난 5월 공식 자리에서 "미국의 경제가 개선되고 있어 앞으로 수개월 안에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발언에도 금리는 오르지 않았다. 물론 지난달 연준의 통화정책결정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지 않은 것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라는 뜻하지 않았던 외부 요소가 크게 작용했다. 옐런 의장은 "브렉시트 국민투표는 글로벌 금융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결정"이라면서 "결과적으로 미국 경제전망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경제가 민감한 상황에서 무리수를 두지 않겠다는 뜻이다.

현재 미국 경제만 볼 때 금리인상은 무난할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미국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6월 비농업 부문 신규고용자 수가 전월 대비 28만7000명 증가했다. 이는 전문가 예상치인 17만5000명 증가를 크게 웃돈 것일 뿐 아니라 8개월 만의 최대 증가폭이다. 비농업부문 신규 고용자 수는 연준이 주목하는 미국의 대표적인 고용지표다. 부담스러웠던 고용시장이 호조를 보이고 미국의 경제 흐름이 전반적으로 '낙관적인' 상황에서 금리를 올려도 될 것 같지만 실제 인상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금리가 인상되면 은행 대출에서부터 자동차 할부금, 신용카드 대출 이자 등이 다 오르기 때문에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또한 세계가 연결돼 있는 현대사회에서 미국의 금리인상은 특히 신흥국의 자본유출, 주가하락, 통화가치 변동성 등을 유발시키면서 글로벌 경제를 또다시 침체로 몰아넣을 수 있다.

올해는 미국 대통령 선거를 통해 새로운 대통령이 백악관에 입성하게 된다.

올해를 끝으로 지난 8년간의 백악관 생활을 청산하는 버락 오바마 현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이라는 타이틀로 이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그런 그가 마지막 남은 수개월간 '경제위기 2탄'이라는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

옐런 의장은 오바마가 임명한 인물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013년 당시 벤 버냉키 의장의 후임자이자 첫 여성 연준 의장으로 옐런을 지명한 바 있다.

당시 미국 의회는 옐런을 인준했지만 이후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연준의 정치적 독립성을 놓고 문제점을 제기했다. 이들은 옐런 의장이 이끄는 연준이 오바마 행정부와 민주당에 기울어진 당파성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연준은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중앙은행이다. 하지만 중앙은행을 이끄는 것은 기계가 아닌 사람이다.

만약 연준이 대선이 열리는 11월 전에 금리를 올린다고 가정해보자.

여파가 크지 않다면 별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만약 금리인상에 따른 영향으로 주식이 폭락하고 경제에 큰 혼란이 온다면 어떻게 될까. 오바마 대통령의 '유종의 미'는 물거품으로 돌아가고 그가 차기 대통령으로 지지하고 있는 같은 민주당 소속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고혈압으로 쓰러지지 않을까 싶다.

물론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겠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는 속으로 웃을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차기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금리결정이 그렇게 쉽게 이뤄질까. 금리는 분명 오르긴 오른다. 하지만 최소한 11월까지는 아닐 것 같다.

jjung72@fnnews.com 정지원 뉴욕 특파원